미국·일본-중국 정상, 남중국해 놓고 또 ‘충돌’

입력 2015-11-22 20:42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사태를 놓고 미국·일본과 중국이 또다시 대립각을 세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사실상 중국을 겨냥,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건설과 군사 시설화의 중단을 촉구했다고 교도통신이 일본 고위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공섬 건설 등이 일방적이고 국제법에도 근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아베 총리와 공조해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행보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미국·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국가들이 분쟁해역 매립, 건설, 군사 시설화를 중단해야 한다며 항행의 자유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8∼19일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이런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당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남중국해 문제의 언급을 피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도 EAS에서 “중국이 책임 있는 글로벌 리더로 행동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중국에 국제법 준수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EAS 종료 직후 기자들에게 내년에 아세안 정상들을 미국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아세안과의 연대를 강화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변함이 없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EAS에 참석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분쟁 당사국 간 해결 원칙과 제3국의 개입 반대 등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미국과 일본 등의 요구를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은 리 총리가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을 위해 5가지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리 총리는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영유권 분쟁을 당사국들이 우호적인 협의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말했다.

또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의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수칙’(COC)을 조기에 결론 내자”고 제안했다.

중국과 아세안은 2002년 남중국해 분쟁 악화를 막으려고 DOC를 채택했지만 구속력 있는 이행 방안을 담은 COC 제정은 표류하고 있다.

리 총리는 국제법에 따른 항행의 자유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역외 국가는 남중국해 평화와 안정을 지속하기 위한 역내 국가들의 노력을 존중, 지지하고 긴장을 불러올 수 있는 행동을 삼가달라”고 촉구했다.

최근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근해에 군함을 보낸 미국을 지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를 수행한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짓고 있다고 인정하며 이는 국가 방위와 섬·환초들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부부장은 군사·민간 시설 건설의 중단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미국 군함의 인공섬 근해 항해에 대해 중국의 반응을 떠보려는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EAS에는 박근혜 대통령,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 등 총 18개국 정상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해 지역 및 국제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