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약속에 철저했고, 집에 온 손님에게는 항상 커피나 차를 직접 타주셨다"
동교동계의 좌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은 22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80년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로 이뤄진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공동의장, 87년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단을 맡았고, 이 때 권 고문은 DJ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권 고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시간을 잘 지켰다. 아주 철저했다"며 "민주화운동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무리 먼저 가려고 해도 약속 장소에 가보면 항상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약속시간 15분 전에 먼저 와 계셨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DJ가 가택연금으로 YS와 왕래를 제대로 못해 자신이 DJ의 '메신저'로 상도동에 다니던 엄혹한 시절을 회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간적 면에서 상당히 친화력이 있었다"며 "집에 온 손님에게 손수 커피나 차를 끓여 대접했다. 상도동 자택 2층에 올라가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우리 같은 아랫사람들에게도 직접 뜨거운 물을 끓여 타줬다"고 회고했다.
87년 직선제 개헌쟁취 천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할 때 참모들이 "1천만명이면 너무 많다"고 실현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하자 YS가 "한번 정했으면 밀고 가야지 도중에 숫자를 바꾸면 되겠느냐"고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권 고문은 DJ가 YS를 지원했던 79년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YS가 총재에 당선된 다음날, DJ와 자신, 김홍업 전 의원이 축하차 상도동으로 가던 도중 마포경찰서에서 온 경찰차가 갑자기 DJ 일행이 탄 차량을 견인, 동교동으로 강제 이동시켜 가택연금이 시작됐다고도 회상했다.
권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민주주의 회복과 민주화에 이르게 한 큰 거목 중 한 분이 돌아가셨다"며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길이 그 공헌과 업적이 새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당 원로인 권 고문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제안과 관련, "안 전 대표가 그 안을 받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당내 분규가 깨끗히 해소되리라 본다"며 "안 전 대표가 딱 거절하지 않고 '많은 의원들과 고민해보겠다'고 이야기한 건 많이 진전됐다고 본다. 희망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도 서로 라이벌이었지만 민주화라는 큰 대의를 위해 서로 협력해서 나아가며 큰 정치를 했다"며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도 그런 큰 어른들의 지혜와 협력을 따라 큰 대의를 위해 협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문 대표도 만났고, 안 전 대표도 만나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제안을 했다"며 "문 대표가 당시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분명히 말하면서 대선후보군으로 선대위를 구성하는 게 낫겠다고 하길래 내가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그리고 호남 인사 중 대표성을 가진 한명을 선택하면 되겠다'고 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주류의 문 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 "문 대표도 더 내려놓을 수가 없다. 사퇴하고 나서 아무것도 안하면 후보군에서도 빠지게 되는데, 큰 자산을 그렇게 망가뜨릴 순 없다"며 "문 대표가 사퇴함과 동시에 문·안·박 체제로 가면서 더 욕심이 있다면 호남 사람도 넣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권노갑 “YS, 약속장소에 15분 먼저, 커피 직접 타주던 분”
입력 2015-11-22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