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화의 거목'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당부는 평소 즐겨하던 붓글씨로 쓴 '통합'과 '화합'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22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문 온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사실상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현철씨는 "(김 전 대통령이) 2013년에 입원하셨는데, 사실 말씀을 잘하진 못하셨다"면서 "필담 식으로 그땐 글씨를 좀 쓰셨는데, 평소에 안 쓰시던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을 쓰셨다"고 회고했다.
현철씨는 "평소에 안 쓰시던 건데 이것은 무슨 의미입니까"라고 물었지만 김 전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 없이 쓴 글을 가리키며 "'우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처음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건강이 더 악화돼 대화는 물론이거니와 필담도 나누지 못하게 됐다.
사실상 '통합'과 '화합'이 김 전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남긴 유언인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집권시절인 문민정부 5년 내내는 물론 그 이후에도 매년 정초에 직접 붓으로 적은 '신년 휘호'를 선보여 자신의 정치철학 및 국정운영 구상을 밝혀왔다.
이른바 '휘호(揮毫) 정치'를 펼친 것으로, 신년휘호로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YS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현철씨와 대화를 나누던 김 전 국무총리는 "아버지(김 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많았는데 그 중 잊히지 않는 것은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것이었다"면서 "유형·무형으로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내 신념을 꺾지 못하고 역사는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신념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국무총리는 또 "식사는 잘 하고 계시느냐"며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안부를 묻자 "밥 먹으니까 이렇게 살아있다"면서 "그 말씀을 하시니 (김 전 대통령이) 단식을 여러 번 하셨는데 '밥 못 먹는 국민은 불행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회고했다.
조문 온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가족을 위로한 뒤 기자들을 만나 2013년 11월 당시 입원한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위문을 갔었는데 그때 '꼭 완쾌해 전직 대통령끼리 자주 뵙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면서 "이 나라의 마지막 남은 민주화의 상징이 떠나셨기 때문에 남은 사람들은 이제 대한민국의 선진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잘 이뤄나가는 게 김 전 대통령이 꿈꾸던 것을 완성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YS, 지상에서의 마지막 메시지는 ‘통합·화합’
입력 2015-11-22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