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YS 평가 달라졌다” ‘같은 뿌리’ 지도자로 재평가

입력 2015-11-22 17:06

새정치민주연합은 22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해 얼마전까지만 해도 평가가 아주 인색했다.

YS가 1980년대 말까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야당사의 쌍벽을 이룬 인물이지만 1990년 1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당과 김종필 총재가 이끄는 신민주공화당과의 '3당 합당'을 통해 여권인사로 전향하며 '동지'에서 '적'으로 갈라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선 최근 들어 YS를 뿌리가 같은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작업은 신익희 전 국회의장, 조병옥 전 민주당 대선후보 등이 지난 1955년 주도해 만든 민주당을 현재 야당의 모태로 보고 60주년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만든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추진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YS는 3당 합당 이전까지 DJ와 함께 한국 민주주의를 이끌고 민주화운동을 주도해온 중심인물"이라며 "당연히 야당의 자산이고 존중해야할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지난 9월18일 창당 60주년 기념식에 앞서 마련한 60주년 기념사진전에서 이런 재평가의 흐름은 확연하게 나타났다.

새정치연합은 1970년 9월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에 선출된 DJ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YS의 사진을 비롯해 1972년 국회의사당 시위, 1974년 민주회복국민선언 대회 등에서 유신에 저항하는 YS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함께 실었다.

1979년 10월 신민당 총재 시절이던 YS가 국회의원에서 제명된 뒤 국회 본회의장에서 관련 기사를 읽는 사진에서는 "김영삼 제명사건은 부마민중항쟁, 10·26 사태로 이어지는 박정희 정권 종말의 도화선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YS가 1983년 민주화를 요구하며 23일간 단식하던 장면, 1984년 5월 DJ와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결성하던 사진, 1986년 YS의 직선제 개헌 요구 거리시위 모습, 1987년 대선을 앞두고 DJ와 함께 YS가 통일민주당을 창당하는 장면도 내걸었다.

새정치연합은 그러나 3당 통합 이후 YS에 대해선 여전히 냉혹한 평가가 압도적이다.

새정치연합은 12월말 발간을 목표로 한 '민주당 60년사'에도 3당 합당 이전 YS의 행적에 대해 야당의 같은 뿌리이자 지도자로서 자세히 기술할 예정이지만 3당 합당 이후 YS 활동에 대해선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YS의 대통령 당선 이후 업적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빈소를 찾아 "대통령 이전의 일에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치적에 소홀히 한 것같다"며 "역대 정부 중에 가장 효율적으로 단시간에 개혁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수도 없이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얼마나 개혁적인 일을 했는지는 나중에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금융실명제만 생각하는데… 1년 이내에 다 해치웠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작업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영남 득표율 제고를 위한 '동진 정책'의 일환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2012년 대선 때는 YS 차남 현철씨나 상도동계인 김덕룡 전 민화협 상임의장이 사실상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문 후보측이 상도동계 인사 영입에도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YS 끌어안기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도동계 출신 인사 대부분이 정치권을 떠난 데다가 현역 정치인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은 여권에 몸담고 있다.

상도동계 또한 새정치연합이 주도하는 방식의 야당사 평가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정치연합이 현철씨에게 창당 60주년 기념사업의 추진위원을 맡아달라고 했지만 현철씨가 거절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앞서 60주년 기념식에 YS를 초청하기 위해 초청장을 보냈지만 건강상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문재인 대표는 빈소에서 현철씨에게 "창당 60주년 기념행사 때도 다들 모시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지만, 현철씨는 "바쁘신데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만 답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