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거망동에 일반인이 본인 인증을 할 때까지 몰아 붙여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지난 14일 시위 중이던 시민이 최루액에 고통 받던 의경의 눈에 생수를 부어주는 장면이 포착돼 네티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으나 페이스북 페이지 ‘폴리스 위키’는 이 사진이 선동을 위해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의경의 눈을 씻어주었던 A씨가 나타나 외려 폴리스 위키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본인 인증을 하고 나섰다.
A씨는 20일 페이스북에 “‘폴리스위키’라는 페이지에서 왜곡된 사실을 퍼뜨리고 있네요. 저더러 전의경을 아들로 둔 엄마래요”라며 “어디서 주작(조작)질이신지. 해당 페이지 글에 가서 사실 왜곡하지 말라고 댓글 한 번씩 달아주세요”라고 적었다.
A씨는 “이렇게 된 마당에 저쪽 논리대로 사진이 이용되는 건 막아야겠네요. 제가 사진 속 인물 본인”이라고 밝힌 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자세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떡하니 있는데 어이가 없습니다. 이미 며칠 전에 CBS와 전화 인터뷰까지 마쳐서 기사까지 뜬 상황인데 말이죠”라고 황당해했다. 이어 “원하신다면 당시 입고 있었던 옷이랑 가방 신발 인증이라도 해드려야 하나. 전의경을 아들로 둔 부모라니. 왜곡도 정도껏 하세요”라고 덧붙였다.
이는 페이스북 페이지 ‘폴리스 위키’가 15일 본보에서 보도된
기사 캡처를 게재하며 “자신들의 범법행위를 옹호하기 위한 재료로 써먹으려고 사실 확인도 안하고 가져다 붙였으니 결국 허위 선동이라고 밝혀지게 되는군요. 이 의경의 눈을 씻어주는 분은 전의경 부모 모임의 회원이십니다”라고 적은 데서부터 비롯됐다. 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대회 도중 캡사이신을 눈에 맞아 괴로워하고 있는 의경에게 시위 중이던 시민이 다가가 도움을 주었다는 보도는 시위대 측의 선동이며 “의경의 눈을 씻어준 사람은 전의경 부모 모임의 회원”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사진 속 주인공은 내가 맞다”고 당시 입고 있던 복장을 인증하며 항의하자 폴리스 위키 측은 몇 차례에 걸쳐 글 내용을 수정했다. 맨 먼저 “이 의경의 눈을 씻어주는 분은 전의경 부모모임의 회원이십니다” 라는 말을 지운 후 “정정: 이 의경의 눈을 씻어주는 분은 ‘일반 집회참가자’라고 합니다. 사진의 본인이 직접 댓글로 알려 주셨습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어 2차로 “자신들의 범법행위를 옹호하기 위한 재료로 써먹으려고 사실 확인도 안하고 가져다 붙였으니 결국 허위 선동이라고 밝혀지게 되는 군요”라는 구절을 삭제했다. 그러더니 “정정: 이 의경의 눈을 씻어주는 분은 ‘알바노조 출신’이라고 합니다”라고 최종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공격성 발언과 본인 인증 요구를 당해야 했다.
A씨와 네티즌들은 해당 페이스북 운영자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그는 “사실 확인이 안 된 부분은 페북지기도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 사진의 주인공이신 A님께서는 본인이 찍힌 사진이 이번 집회가 평화적이었다는 선동의 재료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라며 되레 반문했다.
몇몇 네티즌들은 “이 페이지는 경찰청이 운영하는 것인가”라는 등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측은 “해당 페이지는 경찰과는 상관없고 운영자도 경찰관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의경 눈 씻어준 시위대, 왜곡이라고?”…한 페북 페이지의 경거망동
입력 2015-11-22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