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신과 철학 기리고 계승할때”

입력 2015-11-22 14:2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2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신과 철학을 우리가 다시 기리고 계승할 때"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합동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침통한 표정으로 "지금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만들어내고 민주화 운동을 이끄셨던 김 전 대통령이 떠나신 것이 너무 아쉽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표는 당초 이날 강원도 춘천을 방문, '한반도 신(新) 경제구상'을 구체화할 예정이었으나 "조문이 우선"이라며 정치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이날 문 대표의 조문에는 이종걸 원내대표, 전병헌 정청래 최고위원,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최재성 총무본부장, 김성수 대변인 등이 함께 했다.

문 대표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경남중·고 후배이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이 1990년 1월 3당 합당을 하기 전까지 부산을 기반으로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인연도 있다.

문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정말 우리나라 민주화운동, 민주화의 역사를 만들어 내셨다"며 국회의원직 제명, 87년 당시 직선제 개헌쟁취 운동 등 과거 족적을 들어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 이제 우리 후배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더 잘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땅에 민주화의 역사를 만드신 아주 큰 별이셨다. 온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며 "민주화운동을 이끌고 하나회 척결로 문민정치를 확립하고 금융실명제로 경제정의를 세우고 공직자재산 등록 신고로 공직문화에 또 새로운 기풍을 만들어내셨다. 이런 업적들은 길이길이 역사 속에서 빛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표는 "김 전 대통령께서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민주화운동을 하셨기 때문에, 당시 부산 지역의 민주화운동 세력하고는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오셨다. 그 때 여러 번 함께 뵈었고, (87년) 6월 항쟁 때 국민운동본부(국본)도 함께 했다"며 "개인적으로 (저의) 중·고교 선배시면서 (제가) 동향 후배이기도 해서 여러 모로 고인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좀 더 비통하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김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공은 우리 정치에서 군부독재를 끝낸 일"이라며 "민주화의 큰 산이었고, 문민정부를 통해 민주정부로 가는 길을 연 그의 서거를 애도한다"라는 글을 남겼다.

오전 11시10분께 빈소를 찾은 문 대표는 20여분간 머물며 차남 현철씨 등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회고했다.

문 대표는 DJ와 YS가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맞붙었던 70년 대선 경선이 DJ의 역전승으로 끝났던 당시를 언급,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지지연설을 하면서 '김대중 후보의 승리가 바로 나의 승리이고 국민의 승리'라고 했는데 그게 굉장하고 엄청났다"며 "우리나라 야당사에서 상당히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옆에 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그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92표차로 졌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하는 데까지 다 했다"고 하자 문 대표가 "정말 두 분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특수관계"라고 거들었다.

동교동계 출신인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도 "서로 싫어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대의명분으로 (돕고)…대단한 정치인들이다"고 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당시 야당이 국민적 기대를 모을 수 있었던 건 승복의 문화 덕분이었다"며 "오늘날엔 야당에 승복의 문화가 없어져 버렸다"고 꼬집었다.

현철씨는 "정치적으로는 여권 야권 그런데, 이렇게 찾아주시니 이 자리만큼은 그런 것(여야 구분) 관계없이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조문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우, 짧게 인사를 나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