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도우려다 테러에 희생된 美 여성

입력 2015-11-22 10:01
서아프리카 말리에 도움을 주러 갔다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의 호텔 테러 사건으로 숨진 미국 여성의 사연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아니타 데이타(41)로 밝혀진 이 여성은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상원의원이던 시절 지인으로, 클린턴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대함을 보여줬다”고 애도했다.

2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abc 뉴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데이타는 전날 말리 수도 바마코의 래디슨블루 호텔에 들이닥친 무장 괴한의 총격 테러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메릴랜드주 다코마파크 출신의 데이타는 이번 호텔 테러로 숨진 19명 가운데 유일한 미국인이다.

20대 초반이던 1997~1999년 평화봉사단원으로서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그는 이번에는 말리 바마코에서 국제 개발과 관련한 일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데이타는 인도 첸나이에서 가난한 여성을 돕는 비영리단체 ‘투알렌즈’ 창립 회원일 정도로 남을 돕는 일에 열정적이었다.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국제개발 회사인 ‘팔라디움’의 간부급 직원으로서 일을 해 온 그는 공공 보건과 가족계획, 에이즈 바이러스(HIV) 퇴치 등에도 관심이 높았다. 그는 컬럼비아대학에서 공공보건과 공공정책 석사 과정을 밟기도 했다.

데이타에게는 일곱살 난 초등학생 아들 로한이 있어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로한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가득차 있다.

데이타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지인이기도 했다.

클린턴 측은 자신의 상급 정책고문 가운데 한사람인 데이비드 가턴과 데이터가 한때 동거했던 사이로 자신과도 알고 지냈다면서 “그는 미국의 관용 정신을 대표하는 사람이었다”고 애도 성명을 냈다.

클린턴은 “아니타는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였다. 그의 아들이 짊어져야 할 짐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면서 “미국은 IS나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조직, 그리고 극단주의 성전(지하드)주의 전반과 맞서 싸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타의 가족은 말리 주재 미국대사관으로부터 비극을 전해들었다. 가족은 전날 밤 성명을 통해 “그녀가 이런 무분별한 폭력과 테러리즘으로 숨진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우리는 아니타가 세상을 떠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족은 이어 “아니타는 우리 아는 사람 중 가장 친절하고 인자한 사람이었다”며 “그녀가 생애 한 모든 일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미국인 데이타를 애도한다”라며 “말리 국민과 함께 그 유족과 친구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이번 말리 테러 사건으로 숨진 또 다른 외국인 제프리 디외도네(벨기에.남)는 말리 의회 의원들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기 위해 바마코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벨기에 왈롱-브뤼셀 지방의회는 성명을 내고 “디외도네가 사흘 일정의 세미나에 참석할 계획으로 말리를 찾았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종선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