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예산을 무기로 '보수정당 불모지'로 불리는 호남에서 다시 한 번 돌풍을 노린다.
지난해 7·30 전남 순천·곡성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새누리당 깃발을 꽂고 호남 진출에 물꼬를 튼 이정현 의원이 '서진(西進) 정책'의 중심에 있다.
전남 무안·신안에서 뛰고 있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신 주영순 의원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나쁘지 않아 새누리당 전남도당의 분위기가 고무됐다고 한다.
전남도당 김중대 위원장은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남에서는 이 의원과 주 의원 등 최소 2명이 당선권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광주 8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내고, 1석을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밝힌 광주시당 심판구 위원장은 "경쟁력 있는 후보군을 물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3일 오전 이례적으로 상대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국회로 불러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도지사,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참석하며 새누리당에서는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김성태 예결 정조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들이 배석한다.
이번 예산정책협의회는 당내 유일한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이자 최고위원인 이정현 의원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 의원은 예산소위 위원으로 막판에 합류했다가 '꼼수 증원·운영' 논란이 일자 발을 빼기로 하고 김 대표에게 당정협의를 요청했으며, 김 대표는 이를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지역 현안 사업에 대해서 구체적인 당위성과 우선순위를 설명해야 하는데 예결소위에 참여가 어려워져 이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강력히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예산소위 위원으로 내정됐다가 빠져 복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호남예산 지킴이'를 자처한 이 의원은 증액심사 기간 내내 사무실에 머물며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내건 '예산 폭탄' 공약은 지구당 차원이었으나, 이번에는 순천·곡성은 말할 것도 없고 호남 전체 예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이 광주·전남 의석을 얻는 데 성공한다면 1988년 1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도입한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처음으로 보수정당 소속 호남의원이 탄생하는 것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을 각각 앞세운 여야 프레임 전쟁이 치열해질 전망인 만큼 지역주의 타파가 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28년만에 호남서 3석 이상 확보” 與, 호남에 예산폭탄?
입력 2015-11-22 0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