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갈등과 우여곡절을 겪었던 범 현대가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오랜만에 결집했다. 고 정 명예회장의 업적을 조명하는 기념 음악회, 기념식, 학술 심포지엄 등의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범현대 일가가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기념 음악회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 정·관계, 재계인사 등 2500여명이 참석했다. 범현대가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회장, 정몽원 한라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연주회 2부 공연에서 연주된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은 역경을 극복하고 지치지 않는 새로운 도전으로 유에서 무를 창조했던 고 정 명예회장의 삶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고 정 명예회장이 생전에 자주 썼던 표현인 ‘이봐, 해봤어!’는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인의 최고 어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 정 명예회장의 생일 하루 전인 24일에는 ‘아산 정주영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다. 이날 행사에도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범현대가 오너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23일에는 하얏트 호텔에서 ‘아산 그 새로운 울림:미래를 위한 성찰’을 주제로 한 학술 심포지엄이 열리고, 23∼24일에는 아산의 생애와 인간적 면모를 담은 사진전이 개최된다.
현대백화점은 100주년 특별 기념품으로 ‘정주영 주화’와 ‘정주영 기념 우표첩’, 만화 ‘정주영’ 등 3종을 1600명에게 무료 증정한다. 이번에 제작된 ‘정주영 주화’는 아산의 생전 모습을 담은 순금 주화로 100개만 한정 생산됐다. 오는 29일까지 고 정 명예회장 업적 중 하나인 서산 간척지에서 재배된 쌀 3㎏을 20만원 이상 구매고객 총 5000명에게 선착순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범현대가 관계자는 “고 정 명예회장은 현대맨에게는 신화와 같은 존재”라면서 “그를 회고하면서 후손끼리 뭉치고 정주영을 뛰어넘는 신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1915년 11월 25일 강원도 빈농의 가정에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한국의 대표 기업가로 우뚝 선 전형적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그의 인생 역정은 ‘한국 현대경제사의 축소판’으로 불릴 만큼 우리나라 현대사의 굴곡과 궤를 같이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정주영 탄생 100주년' 행사 잇달아, 범현대가 간만의 결집
입력 2015-11-21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