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력시위주도' 민노총 등 8개단체 압수수색+민주노총 "기획 탄압" 강력 반발

입력 2015-11-21 09:50 수정 2015-11-21 14:57
경찰이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주총궐기 집회에서의 과격·폭력시위 수사를 이유로 민주노총 등 8개 단체 사무실을 기습 압수수색 했다. 민주노총온 “평화집회를 봉쇄하고 여론의 분노를 덮고자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공안 탄압 공세”라며 강력 반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1일 오전 7시30분부터 중구 정동의 민주노총 본부를 비롯해 민주노총 서울본부, 금속노조, 금속노조 서울지부, 건설산업노조, 건설노조, 플랜트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8개 단체의 사무실 12곳을 압수수색해 PC와 서류, 서적, 유인물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은 5시간40여분 만인 오후 1시10분쯤 마무리됐고, 경찰은 대형 박스 5개 분량을 압수했다.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1995년 이 단체 설립 이후 처음이다. 다만 경찰은 2013년 12월 철도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체포영장을 받아 강제진입한 적은 있다.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민주노총이 지난 14일 집회에서 벌어진 과격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사전 기획했다는 혐의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이들 단체 중 일부가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도 받고 있어 이와 관련한 증거물도 수색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단체는 14일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배후 단체 증거 확보를 위해 증거물들을 압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는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 이틀뒤 세월호 범국민대회, 같은달 24일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지난 5월1일 노동절 및 세월호 집회, 9월23일 민주노총 총파업집회 당시 상황까지 포함돼 민주노총의 반발을 샀다.
민주노총은 압수수색 시작 직후 성명을 내고 "경찰은 이번 민중총궐기뿐 아니라 노동개악에 반대한 운동,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한 운동 등 사회운동 전체를 탄압의 대상으로 겨누었다"면서 "초유의 민주주의 탄압, 노동탄압에 대해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고 규탄했다. 또 "이번 기습 압수수색은 시위 군중은 패고, 사살해도 된다는 정권의 광기가 막말로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격과 분노를 가눌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서울경찰청과 남대문서·서부서·영등포서 소속 수사관 370명과 경찰관 기동대 4대 부대 320명 등 690명이 투입됐다. 또 수색 대상 사무실 인근에 우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23개 의경 부대 1840명을 배치했다. 경찰력은 경향신문사 본관 민노총 본부와 별관의 금속노조 사무실에 집중됐다. 이곳에 수사관과 경찰관 부대원 392명이 투입됐고, 12개 의경부대 960명이 경향신문사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민노총 관계자의 접근을 차단했다. 경찰은 지난 2013년 민주노총 본부 강제진입 당시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노총 측과 격렬하게 충돌한 점을 감안해 대형 에어 매트리스 2개를 준비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압수수색에서는 압수수색 대상과 범위 등을 둘러싼 실랑이가 있었을 뿐 영장 집행과정에서의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대신 이날 정오 본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체적 불법 집회방해로 처벌받아야 하는 경찰이 피해자인 민주노총 등 민중총궐기 산하 단체들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면서 "공안탄압으로 (경찰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이 지금 해야할 일은 서울대병원에 찾아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과 그 가족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것”이라면서 “국민은 12월5일 2차 민중총궐기에서 더 큰 분노를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다음 달 5일 2차 민중총궐기 계획과 한 위원장 거처, 향후 투쟁 방향 등을 논의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