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넘긴 만학도가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1억여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가톨릭대학교는 19일 오후 교내 니콜스관에서 국사학과 이상진(62·여)씨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장학기금 기증식을 가졌다고 20일 밝혔다.
이씨는 고등학생 때 어려운 형편 때문에 더운 여름에도 춘추복을 입고 학교에 다녔다.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대학 진학을 포기한 이씨는 2012년 가톨릭대 국사학과에 입학해 늦깎이 신입생이 됐다. 4년 먼저 같은 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친구의 제안으로 대학에 왔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 부족한 부분을 도와준 학생들 덕분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대학생활과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자식 같은 학생들과 친하게 어울리며 가정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하는 학생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따뜻하게 대해준 학생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씨는 가톨릭대 국사학과에 지난해 8월 5400만원, 올해 3월 5000만원 등 1억400만원을 장학기금으로 기증했다.
이 사실을 다른 학생들에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던 이씨는 남편 이름으로 장학금을 냈다. 학교 측에서 제안한 기증식도 모두 거절했다. 국사학과 전공 교수들이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하는 이씨에게 ‘좋은 뜻을 알리고 학생들에게 귀감으로 삼으면 좋겠다’며 설득한 끝에 기증식이 열렸다.
이씨는 기증식에서 학생들에게 “나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그 시절이 나를 성정시킨 보석 같은 시간이었음을 알게 됐다”며 “여러분도 힘들겠지만 조금 더 참고 견뎌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국사학과에서는 이씨의 뜻에 따라 지난해 2학기부터 매학기 가정형편이 어려운 우수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12명이 100만~200만원 정도의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이어갔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할머니 대학생, 자식 같은 '친구'들 위해 1억 장학금
입력 2015-11-20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