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강대국 대부분 정보기관이 對테러 정보관리 주체”

입력 2015-11-20 18:28

'파리 테러' 사건 이후 핵심 이슈로 부상한 테러방지법 제정의 핵심 쟁점은 정보기관에 테러 관련 정보 수집·관리를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하느냐로 귀결된다.

외형적인 '컨트롤 타워'를 여권 내부에서 논의되는 국무총리실, 국민안전처 등으로 할지, 아니면 야당에서 요구하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할지에 대한 논쟁은 겉으로 보이는 쟁점일뿐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단 하나의 '진짜 쟁점'은 국가정보원이 테러 관련 정보의 수집과 관리 분야에서 어느 수준의 역할을 수행하느냐의 문제이다.

테러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각종 정보의 수집·분석·관리인데, 이를 수행하는 중추 역할을 국정원에 줄지 말지를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여권은 국내 유일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이 역할을 맡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국정원이 이런 정보를 활용해 인권을 침해하고 정치 공작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는 이미 첫 번째 테러방지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이후 14년간 이어져 온 해묵은 논쟁이기도 하다. 여야 간 타협의 여지가 희박하기 때문에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공방만 벌이다 입법이 무산될 공산이 작지 않다.

그렇다면 주요 강대국과 선진국의 입법 사례는 어떨까.

정부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에 속한 42개국 가운데 테러방지법이 없는 나라는 스위스, 일본, 아르헨티나와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중국 등 4개국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들 38개국은 정보기관이 중심이 된 대테러 기구를 통해 테러 방지 대책을 수행 중이다.

일찍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정보개혁·테러예방법에 따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 등 15개 정보·공안기관을 통할하는 국가정보국(DNI)과 사실상 정보기관으로 분류되는 국토안보부(DHS)가 테러 방지 정보 수집과 대책 마련의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

대형 테러의 희생양이 된 프랑스 역시 정보기관인 국토감시국(DST) 산하에 설치된 관계기관 합동 '대테러조정통제본부(UCLA)'가 대테러 업무를 맡는다.

영화 '007 제임스 본드'의 나라로 유명한 영국도 보안부(MI-5) 산하에 해외정보부(MI-6)·경찰·국방부 등 11개 기관이 참여하는 '정부합동테러분석센터(JTAC)'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로 정부가 강력한 통제력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도 각각 연방보안국(FSB)과 국가안전부 같은 정보기관이 대테러 기능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