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흔히 인생에 정치에 그리고 선거에도 비견된다. 9회 대역전극을 이뤄낸 프리미어12 야구 한일전 준결승전 결과가 정치인들에게 SNS 글감을 제공하고 있다. 짜릿하게 이기고픈 마음이 투영돼 있다.
먼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20일 트위터다. 그는 “역시 일본을 이기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다”라고 했다. 이어 “특히 막판 뒤집기여서 더 짜릿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에 대한 위로, “전력보다 투혼이 승부를 가른다는 걸 자랑스런 우리 선수들이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진짜로 말하고 싶은 대목은 그 이후부터다. 그는 “야구뿐이겠습니까”라며 “우리네 인생도, 정치도, 선거도 그렇지 않을런지요?”라고 물었다. 리더십 부재 논란을 겪고 있는 그에겐 9회 이대호의 결승타처럼 뭔가를 결정짓는 한방이 간절할 듯 하다.
문 대표는 또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의 글도 리트윗했다. 전 의원은 “지금 <문안박 3자 연대>는 우리당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라며 “대한민국 4번타자 이대호의 시원한 9회 역전타처럼, <문안박 3자 연대>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막강한 4번타자 역할을 했으면 한다”라고 썼다. ‘문안박 3자 연대’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야권 3자 연대를 말한다. 안철수 전 대표의 심드렁함으로 아직 본격화하진 못하고 있다.
퇴임후 간간히 페이스북을 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동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야구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듯이”라며 “우리 삶도 그렇다”고 했다. 이어 “기적의 역전 드라마는 하루 아침에 써 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치열한 고민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믿지 못할 기적을 만든다”고 했다. 야구에서 자기계발 덕목을 추출해냈다. 그는 수백쇄를 거듭한 자기계발형 자서전 ‘신화는 없다’의 주인공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야구뿐이겠는가” 정치인들의 한일전 대역전극 드립 모음
입력 2015-11-20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