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물대포, 안전수칙 지켜지지 않으면 살인흉기”

입력 2015-11-20 15:25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20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69) 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치자마자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정청래·유승희 최고위원 등과 병원을 찾아 백씨의 가족들을 만나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백 씨가 매우 위중한 상태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각각 '당무감사원 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학부모 간담회' 등 미리 잡혀 있던 일정을 바꾸면서 이뤄졌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문·안·박 연대' 문제로 최고위회의에서 갈등을 빚었지만 서울대 병원 방문에는 걸음을 함께 했다.

지난 15일에 이어 두 번째로 백 씨의 병실 앞을 찾은 문 대표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사고 경위를 왜곡하고 심지어 백남기 선생을 모욕하고 있다"며 "적어도 정부나 경찰이 문병도 하고 위로와 사과를 하는 게 도리인데, 그것조차 하지 않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대포는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살인흉기나 다름없다"며 "검찰 수사에만 맡기지 않고 국회와 당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오는 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현안보고를 할 예정"이라며 "그런데도 경찰은 단 한 건의 자료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백 씨의 막내딸(29)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급히 귀국해 "아빠가 다시 일어나셔서 꼭 책임자의 사과를 받으시면 좋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정부·여당은 경찰의 폭력진압, 살수테러 진실을 물타기 하려고 희생양을 찾는 듯하다"며 "박종철 사망 때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표로 야만적 고문을 은폐했던 게 새삼 떠오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문제와 관련,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은 아무 말 안 하는데 반 총장 측에서만 방북한다 안 한다 오락가락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반 총장 행보에 대해 정부·여당 일각에서 '박반(朴潘) 연대'라고 하는 것은 세상만사를 대권행보에 연결시키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