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내로남불’ 오재원 빠던에 사이다 외친 야구팬

입력 2015-11-20 07:00
사진=중계화면 캡처. 오재원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준결승 9회 두 번째 타석에서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뒤 배트플립을 선보였다.

“같은 팀이 볼 땐 즐거운 게 오재원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빠던입니다”

한국 야구대표팀 내야수 오재원(두산 베어스)의 ‘빠던(타격 후 배트를 던지는 행위)’은 팬들에게 마치 한 모금 사이다와 같은 짜릿한 청량감을 선사했다. 그동안 KBO 리그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오재원은 사소한 행동 하나로도 상대팀 팬들에게 밉보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대표팀’ 오재원의 빠던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오재원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준결승 경기 9회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오재원에게 찾아온 두 번째 타석이었다. 공을 때린 뒤 오재원은 홈런을 직감한 듯 배트를 던져버렸다. 타구는 담장을 넘지 못했지만 야구팬들은 오재원의 통쾌한 빠던에 열광했다.



이대호의 역전 적시타만큼이나 오재원의 빠던은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한국 팬들은 경기 일정 변경, 자국심판 배정 등의 문제로 일본에 불만을 가져왔다. 빙빙 돌면서 날아간 그의 배트는 팬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9회 첫 타석 대타로 등장한 오재원은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손아섭, 정근우가 연속 안타를 때려냈다. 오재원은 한국 대표팀의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날 오재원은 대표팀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주인공이었다.

다음 시즌이 시작되면 오재원은 또 밉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의 리액션은 두산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상대팀 팬들에겐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결승전 이후 오재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났다. ‘급호감’ ‘국민 빠던’ ‘근성 갑’ ‘승부욕’ 등의 수식어도 뒤따랐다.

오재원이 부정적인 시각에 가려졌던 야구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다. 아직 남은 결승전에서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그가 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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