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불신이다”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체제 서로 의구심

입력 2015-11-19 18:55

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전날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3톱 체제의 성사 여부에 촉각을 세우며 하루종일 시끌시끌했다.

범주류와 중진그룹을 중심으로 '문·안'간 관계복원을 통한 내홍 수습 프로세스에 힘을 실은 반면 비주류측은 문 대표 사퇴론을 다시 만지작 거리며 포문을 열었다.

문 대표가 내홍 돌파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지만, 계파간 불신의 골이 깊이 패인 상황에서 복잡한 셈법이 서로 엉키면서 탈출구를 쉽사리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새정치연합 인사들은 전날밤 부터 중진모임과 중도파 모임인 '통합행동', 비주류측 민집모, '2020' 등 그룹별로 삼삼오오 모여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3선 이상 의원 18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문 대표의 문·안·박 체제 제안을 원칙적으로 환영한다"며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적극 수용하고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제안을 수락, 실질적 당내 혁신과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제안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 대표성 등 문·안·박 체제의 부족한 점이 보완되고 당 공식기구의 동의가 필요하며 궁극에는 당 밖의 민주 세력이 모두 힘을 합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당 지도부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의 자세로 단결하고 모든 계파는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화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에는 문희상, 이석현, 이미경(이상 5선), 김성곤 신계륜 신기남 원혜영(이상 4선), 강기정 김우남 김춘진 노영민 설훈 오제세 우윤근 유인태 이상민 조정식 최재성(이상 3선) 의원이 참여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일단 두 사람이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주류쪽은 문 대표의 제안이 '미봉책'이라며 통합전대 또는 통합선대위 주장을 거듭 폈다. 이들의 시선은 문 대표의 2선 후퇴 후 통합전대 등을 통해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끌어들이는 그림과 맞닿아있다.

특히 "저를 흔드는 분들은 실제로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문 대표의 발언을 두고 벌집을 쑤신 듯 했다.

문 대표측이 문·안·박 카드를 통해 일단 시간끌기에 나선 뒤 12월초 정기국회가 끝나면 바로 현역 의원 평가 국면을 통해 반대파 반발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게 비주류의 주장이다.

여기에 문안박 임시지도부 출범으로 최고위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되면서 최고위원 내부에서도 내부조율 부재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고개를 들었다.

호남 출신 주승용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문 대표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표와 생각이 다르면 낡은 행태이고 인적 혁신의 대상이라는 말씀으로 들린다"고 반발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과 여당 내 비주류를 심판하고, 자신을 따르는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말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섬뜩한 주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혁신에 실패한 당과 대표에게 경고하고 있는 호남 민심에 대한 모독"이라며 '영남 패권적 지역주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날을 세웠다.

또한 "대표는 이미 등을 돌린 호남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며 "저는 대표에게 공천권을 요구할 생각이 티끌만큼도 없다"이라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의 공개사과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문 대표가 퇴진, 당내 기득권을 없앤 뒤 원내대표 중심으로 외부인사가 포함되는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며 "천 의원을 실체로 인정하고 통합할 '룸'(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주류-비주류 인사들로 구성된 초계파 모임인 '7인회' 소속 비주류측 인사들이 모임 불참을 예고하는 등 균열도 감지됐다.

다만 '키'를 쥔 안 전 대표가 장고에 돌입하면서 비주류도 일단 '행동개시'는 보류한 채 향후 추이에 촉각을 세웠다. 민집모 등은 문 대표에 대한 사퇴요구를 일단 안 전 대표의 결단 때까지 유보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