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맥통법, 책통법… 다음은?” 경제공산화 공포 엄습

입력 2015-11-20 00:13

소비자들이 정부의 계속된 소비자 가격 상승 유도 법안 추진에 뿔이 났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맥통법(수입맥주 할인제한)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불만은 극에 달했는데요. 기재부가 “아직 추진 의사가 없다”며 급한 불을 껐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채 가시지 않은 모양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책통법(도서정가제)에 이어 맥통법까지… 국민의 물가를 내리기 위해 정부가 하는 노력은 뭡니까”라는 불만이 물밀 듯 터져 나왔습니다.

한 네티즌은 미국의 링컨 전 대통령의 연설을 본 따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정부가 경제민주화가 아닌 경제공산화를 시키고 있다”며 “대한민국서 자유시장경제 원칙이 위배될 때는 오로지 기업의 이익을 위할 때”라고 꼬집었습니다.

네티즌들의 이런 불만은 시장에 맡기면 내려갈 물가를 정부가 굳이 규제하며 가격을 높여왔기 때문입니다. 단통법의 경우 보조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책통법은 가격 할인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가격을 높여왔죠. 가격이 오르면 저항을 하는 건 소비자의 자연스런 모습입니다.

지난 13일 기재부는 수입맥주의 기준 가격을 제시해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뒤늦게 기재부가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그동안 불신을 키워왔던 소비자들의 의혹에 불을 붙이긴 충분했습니다. 소비가격의 하한선을 정부가 둔다는 발상이 소비자들을 자극한 것입니다.

실제로 국산 주류는 거래 금액의 5%를 초과하는 경품 제공과 도매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것이 원천 금지돼 있습니다. 수입맥주의 맥통법은 없지만, 국산 주류의 맥통법은 이미 존재하는 셈입니다. 네티즌들은 “기업들의 담합을 정부가 나서서 해줄 필요가 있느냐”며 “그런 섬세한 정책을 동네 상권에라도 좀 써보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습니다. 지금은 야인이 된 김종인 건국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경제민주화 공약에 사활을 걸었죠.

서민들은 경제민주화까지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유시장 원리를 위배하는 ‘대기업 독재를 위한 경제공산화’만큼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유 시장 질서를 해치는 맥통법이 통과되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는 외침은 그런 모습의 발현입니다. 헌법의 가치인 자유시장원리와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은 굳건합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