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정당하다고 판결하면서 관련 규제가 영업자유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완전한 경제적 자유와 규제 가운데에서 ‘어느 정도의 규제는 가능하다’는 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제규제의 범위, 기준을 제시하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8일 이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성동구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의무휴업 규제는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앞서 ‘대형마트의 경제력 남용 방지’라는 공익과, ‘대형마트 측의 경제적 자유’라는 사익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는 앞선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형마트 규제가 대형마트나 소비자의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건 아니라고 봤다. 심야나 새벽 시간대 영업을 제한하거나, 한 달에 2번 의무휴업을 명하는 정도의 규제는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지자체가 영업규제에 앞서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의견청취 등을 모두 거친 점을 고려할 때 절차적 문제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자체들이 규제에 앞서 대형마트의 영업 자유 소비자들의 선택권 문제 등 침해되는 사익의 요소를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의무 휴업 규정으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은 크다고 봤다.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대형마트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중소유통업과의 상생발전 등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해당 공익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소비자들이 편리해지고, 물가안정 등의 효과가 있었던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나타났다고 봤다. 대형마트가 소규모 지역상권에 무차별 진출하면서 전통시장 위축, 중소상인 생존 위협, 24시간 영업에 따른 일상적인 야간근무 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대형마트 규제 행정은 헌법적 근거 및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경영진흥원 등 각종 조사 결과, 의무휴업 실시 이후 전통시장의 매출액이 늘어난 점도 규제 정당성의 근거라고 봤다. 앞서 시장경영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12년 5월 27일, 6월 10일 의무휴업일 실시 이후 중소소매업체와 전통시장 매출액은 전주에 비해 10.3%, 10% 증가했다. 또 서울연구원의 2012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의무휴업일에 강동·송파지역 전통시장이 점포의 42%에서 일평균 매출액과 고객수가 증가했다.
대법원이 대형마트 규제가 정당하다고 판결하면서 2012년부터 이어진 지자체와 유통업계 간 법적 분쟁은 지자체의 완승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민 경제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마트 규제에 관련된 판단기준 등을 정립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판결 직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중소 유통업체와의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대법, '경제적 자유' 아닌 '상생발전'에 손 들었다
입력 2015-11-19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