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129명의 목숨을 앗아간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에 들어간 비용이 우리 돈 1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공서 등을 겨냥한 하드 타깃이 아닌 다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벌이는 소프트 테러를 벌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저비용’ 테러가 가능함에 따라 향후 서방사회를 향한 테러가 더욱 빈번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시리아, 벨기에, 프랑스 등 3개국을 넘나든 치밀하고 조직적인 대규모 범행이었음에도 14년 전 사건인 9·11테러의 50분의 1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미국 NBC 방송은 18일(현지시간) 한 고위 대테러 관리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테러범들이 사용한 무기와 폭발물, 은신처, 이동 수단을 모두 고려해도 그 비용은 1만 달러(1164만원)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고가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 버킨 백 하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관리는 “테러가 잘 조직됐지만, 실제 사용한 수단은 기본적인 폭발물과 총이 사실상 전부라는 점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테러 업무 관계자도 파리 테러에 들어간 비용을 1만 달러 정도로 추산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며 암시장에서 샀을 칼라시니코프 소총(AK-47)이 가장 비쌀 것이라고 추정했다.
NBC에 따르면 1998년 200명 이상이 숨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 차량 폭탄 테러에 든 비용도 1만 달러였지만 물가 차이를 고려하면 이번 사건에 비해 훨씬 비싼 테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002년 발생한 자살 차량폭탄테러 비용은 7만4천 달러에 이르렀다.
뉴욕에서 벌어진 9·11 테러의 경우 장비 구입, 차량 대여·구입, 항공권, 아파트, 창고 대여 등 주로 현지에서 쓴 비용은 1만8000달러에 불과했으나 장거리 비행 조종 훈련 등의 가격을 포함하면 총 50만 달러(5억8000만원)의 거액이 들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파리 테러비용 고작 1000만원, '저비용 테러'에 비상
입력 2015-11-19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