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수를 아시나요?”…급이 다른 금수저 취준생 신조어

입력 2015-11-19 13:52 수정 2015-11-19 15:03
사진=미디어 카툰 캡처

메신저 감옥, 출근충, 취업깡페, 갓수 등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2015년 직장인 신조어를 정리해 보도 자료로 배포했기 때문인데요, 관련 뉴스 아래에는 다양한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사람인이 정리한 신조어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또 다른 신조어를 내놓은 댓글이 이어졌고 신조어에 자신의 처지를 빗대는 네티즌도 많았습니다.

18일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 발표한 올해 직장인 신조어는 ▲메신저 감옥 ▲직장살이 ▲출근충 ▲스테이케이션 ▲찰러리맨 ▲워런치족, 이렇게 6가지입니다. 이 단어에는 직장생활의 고충을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신조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메신저 감옥은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 연락이 가능해지면서 퇴근 후에도 일과 상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실제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하는 직장인 69%는 업무시간 외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이 가운데 88%는 연락을 받고 즉시 업무를 처리했으며60%는 다시 회사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나 직장인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메신저 감옥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직장살이는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벙어리 3년이라는 시집살이에 빗대어 상사와 선배 동기들의 등쌀에 직장생활이 고통스럽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스테이케이션은 머물다(Stay)와 휴가(Vacation)를 결합한 합성어로 휴가 때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거나 공연 관람, 맛집 투어 등의 도심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을 뜻합니다.

찰러리맨의 경우 아이(Child)와 같은 직장인(Salaryman)이라는 뜻으로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의존하는 버릇 때문에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겨 해결하지 못해 부모님에게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워런치족은 워킹(Walking)과 점심(Lunch)의 합성어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걷기 운동을 하는 직장인을 가리킵니다. 출근충은 출근과 벌레 충(蟲)의 합성어로 이른 새벽 출근해 늦은 밤까지 일을 하면서도 적은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을 말합니다. 직장 생활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 말이죠.



갓수라는 신조어도 있는데요, 이 신조어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람인 측은 갓수에 대해 백수 상태에서 부모님이 주는 용돈으로 직장인보다 풍족한 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뜻한다고 정리했는데요, 댓글에는 캥거루족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한 반의적인 표현이라는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팔자좋은 백수는 갓수가 아니라 그냥 금수저라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에 대해 사람인 측은 “똑같은 백수라고 하더라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활동을 하는 백수와 부모님의 지원으로 편하게 구직 활동하는 백수가 다르다는 뜻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는 신조어를 정리한 것인 만큼 의미는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스펙이 좋아 어디든 지원서만 내면 합격할 수 있다는 의미의 ‘취업깡패’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문송합니다’ 등도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또 취업이 잘 되는 학과로 전자과, 화학공학과, 기계과를 일컫는 ‘전화기’도 있습니다.

이케아족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이는 뛰어난 능력을 갖췄지만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저가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 빗대어 표현한 겁니다. 직장인보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신조어가 더 많다고 사람인 측은 설명했는데요,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한 신조어들 뿐 이어서 씁쓸합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