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광주서 ‘文·安·朴 공동체제’ 제안…안철수, 부정적 반응

입력 2015-11-18 12:56

새정치연합의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지도체제 재편 문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비주류의 사퇴 압박에 시달려온 문재인 대표는 이날 광주를 방문해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주류는 물론 안철수 전 공동대표조차 부정적 반응을 내놓으며 논란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문 대표는 광주에서 당내 대선주자급이 전면에 나선 '문·안·박 체제'에 실질적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에 필요한 당헌·당규를 개정하기 위해 중앙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개최하는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뜻도 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 측에서는 다층구조의 지도체제가 거론된다. '최고 지도부'의 경우 문 대표 중심의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문·안·박 공동지도체제로 전환하고, 경우에 따라 안희정 충남지사, 박영선 전 원내대표,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참여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또 이와 별개로 재선, 삼선급 의원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실행 지도부'를 초계파적 인사들로 채워 통합의 의미를 살리도록 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안 전 대표가 부정적이어서 출발부터 삐걱대는 양상이다.

문병호 의원은 전날 안 전 대표를 만나 문·안·박 공동체제가 필요하다는 초계파 모임 '7인회'의 회의 결과를 설명했지만 뾰족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문 의원은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위기돌파를 위해 자신을 들러리로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며 "문 대표가 기득권 포기와 안 전 대표의 혁신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안을 내놓는 것이 수순라는 게 안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주류에서도 '문·안·박 체제'가 가능하겠냐는 회의론이 나온다. 광역단체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현행법상 선거조직 참여가 불가능한데 문 대표가 되지도 않을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P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이 꼼수정치로 본다"며 "문 대표가 왜 그렇게 문·안·박에 집착하는 지 이해가 안 된다"고 저의를 의심했다.

중립성향 중진급 인사 8인의 모임인 '통합행동'이 '문·안' 두 사람의 관계복원을 거론한 것도 박 시장의 참여가 어렵다는 현실론에 근거한 것이다.

통합행동 간사인 민병두 의원은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대로 가면 안 전 대표는 비판자, 국외자 역할에만 멈출 수밖에 없다"며 "문 대표도 본인이 백의종군한다는 생각으로 결단하는 모양새가 중요하다"고 문·안의 결단을 촉구했다. 민 의원은 문 대표를 만나 이런 구상을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호남권 의원 역시 반발할 조짐이다. 세 사람이 모두 영남 출신임을 문제삼아 문·안·박 체제를 '영남연대'라고 규정하고 호남 홀대라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오는 23~24일 호남권 의원을 전원 접촉해 의견을 모으기로 한 가운데 호남권 의원들이 문·안·박 체제 반대를 넘어 문 대표 사퇴론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호남권 한 의원은 "지금 문 대표가 가능하지 않은 문·안·박 얘기를 꺼내 시간을 벌고 있다"며 "계파와 지역을 배려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문·안·박 체제 출범시 최고위원회를 폐지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문 대표 측은 최고위원들에게 사퇴 의사를 확인하는 등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공동지도체제를 성사시키겠다는 생각이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은 반발하며 사퇴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뿐만아니라 전당대회에서 당원 및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된 최고위원을 당 대표가 설득해 사퇴시키는 것도 절차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