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국 여성의 데이트 후기가 현지는 물론 국내 인터넷까지 달궜다.
런던에 사는 로렌 크라우치(Lauren Crouch·28)씨가 지난 12일 블로그에 올린 사연이 17일 국내 네티즌들의 이목을 모았다. 황당한 데이트 경험을 소개한 글일 뿐인데 반응은 생각보다 폭발적이었다.
요약하면 데이트 어플을 통해 한 번 만난 남성이 애프터 신청을 거절하자 커피 값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크라우치씨는 “커피숍에서 20여분간 지루한 데이트를 하고 헤어졌는데 그에게서 이런 문자가 왔다”며 데이트 상대 남성 A씨와 나눈 휴대폰 문자메시지 캡처 이미지를 첨부했다. 대화 내용을 의역하면 이렇다.
A: 안녕.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 우리 다시 한 번 볼까?
크라우치: 답장이 늦어서 미안해. 오늘 즐거웠어. 근데 우리 사이에 케미가 있었는지 확신이 안 든다. 아무튼 좋은 저녁 보내고, 잘 지내!
A: 그럼 내가 내일 저녁을 직접 해주는 건 어때?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겠어.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 그만둬도 되잖아. 편하게 얘기해보자. 좋은 시작이잖아! 우리 관계에 기회를 줘보자고.
크라우치: 미안해. 나는 잘 모르는 사람 집에는 안 가. 안타깝지만 나는 초기에 불꽃 튀는 감정을 느껴야 사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야. 앞으로 네가 하는 일 다 잘 되길 바랄게.
A: 알겠어. 그럼 내가 사준 네 커피 값 좀 돌려줄래? 나는 돈 낭비하는 걸 싫어하거든. 그 돈으로 다른 사람과 데이트 할 때 쓰고 싶어.
크라우치: 네 생각대로 안 됐다고 데이트한 걸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선심 써서 커피 값 3.5파운드(약 6200원)는 기부하는 셈 칠게. 버스비까지 생각해서 5파운드(약 8800원) 정도는 줄 수 있어. 됐니?
A: 난 그 돈으로 뭘 할지 이미 계획도 세워뒀어. 돈은 내 은행 계좌로 붙여줘. 계좌번호 ○○○….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크라우치씨를 집에 초대해 데이트를 즐기려 했으나 계획이 실패하자 갑자기 태도를 뒤바꾼 것이다. 더군다나 A씨는 데이트 비용으로 쓴 6000원이 아까워 계좌번호를 적어주며 반환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현지 네티즌들은 “이 루저(loser·패배자)는 뭐지” “남자가 너무 찌질하다” “저런 남자한테 벗어난 게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사연은 금세 온라인 핫이슈로 떠올랐다. 급기야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하기도 했다.
국내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다. 그중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람 많지 않나”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긴가 보다” 등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애프터 거절했냐? 커피값 내놔” 영국 루저남 데이트 후기
입력 2015-11-18 00:06 수정 2015-11-18 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