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17일 여당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경제활성화법안 등 주요현안 처리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내년도 예산안 합의처리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자 '발끈'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에 명시된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을 악용해 예산안을 볼모로 야당에 현안처리에 협조토록 강압하려는 '야당길들이기'라는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정의 '주요현안 처리와 예산안 합의 통과 연계 방침'에 대해 "정부·여당이 그런 으름장을 놓으면 어떻게 하냐"면서 "야당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정부에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협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때 그다음 단계를 진행하겠다"며 여·야·정 협의를 통해 FTA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정치를 부정하고 다수결을 빙자한 폭력적인 방식으로 정국을 운영하려는 저급한 발상"이라며 "정치를 희화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도 "예산심의가 파행 중이거나 난항을 겪는 상황이면 몰라도 지금 그런 협박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여당의 이같은 방침을 여당이 추진하는 주요현안을 정기국회내 처리하기 위한 협상전략으로 간주하면서도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여당의 '마이웨이 전략'에 정면으로 맞서며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린 당 소속 의원들의 동요와 이탈이 예상되고, 갑자기 당의 방침을 바꾸려고 하니 '회군의 명분'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총선을 앞두고 공천룰과 지도체제 등을 놓고 당내 내홍이 심화되고 있어 일사불란한 대여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뿐만아니라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테러로 촉발된 테러방지법 입법 문제와, 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에서 발생한 과격시위와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 대응도 새정치연합으로선 딜레마다.
새정치연합은 테러방지법 제정과 관련, 현재 계류중인 법안대로 입법될 경우 인권침해 및 권력남용에 대한 우려와 국정원의 초법적 기구화 가능성을 내세워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자칫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정당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더욱이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테러방지법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야당의 달라진 태도를 비판하며 압박을 높이고 있다.
지난 주말 민중총궐기대회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은 집회에 참여했던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부상해 위중한 상황에 빠진 점을 내세워 경찰의 과잉진압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일 집회가 불법·과격시위로 변질된 문제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농민단체 대표들을 만나 "농민은 '쌀값 폭락 때문에 너무 힘들다, 대책 좀 마련해달라'는 아주 기본적인 호소를 했을 뿐인데 정부는 차벽으로 막고, 그것도 모자라서 살인적인 물대포, 폭력적 진압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농민단체가 구성한 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백남기씨 사건 해결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지만, 당이 경찰만 비판하고 폭력시위에 관대하다는 여론도 있어 고민이 깊다.
새정치연합 중진의원은 "문 대표도 참여정부 시절 폭력시위는 안 된다고 했는데 지금 폭력시위를 두둔하는 모습으로 가는 게 국민 정서와 맞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與 예산 연계론에 발끈했다” 野 “예산안 볼모로 야당 길들이기”
입력 2015-11-17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