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주차장에서 살수차 운용 시범을 보였다. 백씨 중상 등으로 과잉진압 논란이 일자 살수차 내부구조와 작동 방식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경찰은 시위대를 상대로 한 살수에 규정 위반 같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살수차에는 대당 4t의 물이 들어간다. 물을 쏘는 사출구는 붐대와 차량 지붕 위 2곳에 설치돼 있다. 차량 내부에는 15인치 모니터(뷰파인더)가 있었다. 이 모니터로 물이 어디로 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모니터는 해상도가 41만 화소로 낮은 편이긴 했지만 10여m 앞까지는 관찰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조수석에 탑승한 경찰관은 조이스틱(조종간)으로 사출구 각도와 위치, 물대포 압력(rpm)을 조정한다. 최대 압력은 3000rpm, 사정거리는 최대 60m다.
경고 방송 후 경찰은 경고살수, 곡사살수, 직사살수를 이어갔다. 3000rpm 직사살수가 시작되자 물줄기가 집중된 목표지점 사방으로 물보라가 일었다. 넓은 타원형으로 물을 뿜는 곡사살수와 비교해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3000rpm 물줄기는 15바(bar·물의 압력을 표시하는 단위)의 압력을 가진다. 사람이 수심 150m에서 느끼는 압력과 비슷하다. 백씨가 쓰러진 뒤에도 15초간 맞은 물대포의 강도가 이 정도였다. 경찰은 당시 최대 2800rpm으로 직사했다고 밝혔었다.
물을 뿜을 때 살수차 내부 모니터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살수가 시작되자 모니터의 3분의 1가량이 물 때문에 뿌옇게 변했다. 전방에 뭐가 있는지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야간에는 어두컴컴한 화면과 물줄기가 합쳐져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듯했다. 경찰 측은 백씨가 쓰러진 이후에도 계속 물대포를 쏜 데 대해 경찰관이 모니터에서 백씨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이런 장비를 야간 시위를 진압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이날 경찰은 엔진 문제 등을 들어 5~10초 만에 살수를 중단하는 식으로 ‘생색내기’용 시연을 이어갔다. 표적도 없이 허공에 물을 뿌려 위력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었다. 시연에 사용된 살수차는 백씨에게 물대포를 쏜 2005년식이 아닌 2011년식이다. 차량 탑승자가 rpm을 조정하는 장면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