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경찰 ‘현행범 체포’에 다쳤다면…법원 “국가가 40% 배상 책임”

입력 2015-11-17 14:57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지 않고 완력을 행사한 경찰관에게 맞서다 다쳤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부장판사 한숙희)는 50대 남성 이모씨가 “현행범 체포하려는 경찰에 과도하게 제압당해 전치 10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이씨에게 치료비 등 손해액인 813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씨는 2011년 7월 경기도의 한 노래주점에서 술값을 내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아가씨들을 고용해 영업하고 있는 주점을 왜 단속하지 않느냐, 뇌물을 먹고 봐주는 것 아니냐”며 욕설을 했다. 그는 사기 및 모욕 현행범으로 체포돼 관할 지구대에 연행됐다.

이씨는 지구대 앞에서 “들어가지 않겠다”며 경찰의 멱살을 잡아 밀치는 등 완강히 저항했다. 지구대 경찰관 2명이 이씨의 팔 양쪽을 잡아 지구대 안 의자 앞으로 끌어왔고, 이씨가 나가려고 저항하자 이를 누르는 과정에서 전치 10주의 팔뼈 골절상을 입혔다.

이씨는 입원 치료 후 모욕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항소심은 이씨가 처음 경찰에게 욕설한 혐의(모욕)만 유죄로 인정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당시 이씨를 현장에서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므로 무죄로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형사 판결을 토대로 이씨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경찰관이 이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가 그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이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물리력을 행사해 신체를 다치지 않게 할 주의 의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씨가 애초 사건 경위를 말해달라는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며 모욕했고, 멱살을 잡아 밀치는 등 완강히 저항하다 상해가 발생했으므로 이씨의 과실을 참작해 국가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