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처럼 시내 곳곳에서 동시 다발 테러가 발생했다면 대다수는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려 할 겁니다.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그리고 가족들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테러 현장 주변으로 가야만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경찰관이라면 집에서 쉬고 있었다 해도 아마 현장으로 달려가야 했을 겁니다. 군인이나 각 지역 안전 담당 임무를 맡은 공무원들도 비슷하겠지요. 기자들도 현장 주변으로 몰려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도 있습니다.
파리 연쇄 다발 테러 당일 병원 모습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온라인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파리 시내의 성 루이스 병원(Saint Louis hospital) 모습인데 40여명의 의사와 간호사, 마취사 등이 테러로 다친 이들을 위해 애쓰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 병원 의사(Dr. Pourya Pashootan)가 찍은 이 사진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파되며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타임(TIME)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냐) 사진이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느냐(It’s a picture that speaks for itself)”라고 말했습니다.
평상시 밤 시간 파리 시내 병원엔 최소한의 요원들만 대기하지만 13일 밤에는 수백 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당직 호출(call of duty)을 받고 자신이 속한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사진을 찍은 의사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위험을 떠올릴 겨를도 없었고 아무런 주저함 없이 우리는 병원에 모였다”며 “그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져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의사는 등장인물의 얼굴을 알아챌 수 없게 흐릿하게 만든 뒤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 사진은 곧 광범위하게 전파됐습니다. 어쩌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진 한 장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것은 누구든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을 때에 의료진들이 그곳으로 달려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기꺼이 자신의 임무를 다한 이들은 충분히 박수 받을 가치가 있는 영웅들입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이 한 장의 사진…모두가 피할 때 그들은 달려갔다
입력 2015-11-17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