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눈을 감을 수 있어요” 안면이식 수술로 새얼굴 갖게된 美 소방관

입력 2015-11-17 11:02
DailyMail
얼굴을 기증한 데이비드 로드버그. DailyMail
화재를 진화하다 화상을 입어 얼굴을 잃은 미국 소방관이 가장 광범위한 안면이식 수술로 새얼굴을 갖게 돼 관심을 끌고 있다.

데일리 메일, AP통신 등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간) 미 뉴욕대 랜건 메디컬센터가 지난 8월 전 자원봉사 소방관인 패트릭 하디슨(41)에게 실시한 안면이식 수술 결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2005년 프랑스에서 첫 안면이식 수술이 성공한 이래 전 세계에서 25건 안팎의 안면이식 수술이 실시됐다.

그러나 하디슨의 경우는 가장 넓은 면적이 성공적으로 이식된 사례라고 수술을 집도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박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하디슨은 정수리에서부터 얼굴과 두피를 거쳐 어깨 근처 쇄골까지의 모든 피부가 이식됐다. 머리 뒷부분의 경우도, 원래 머리카락이 조금만 남아 있을 정도로 넓은 부위에서 이식이 이뤄졌다.

이 수술로 정상시력을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그는 "다시 자동차 운전을 시작하겠다"며 무엇보다 기뻐했다.

하디슨은 27세 때인 2001년 인명구조를 위해 불타는 집으로 들어갔다 지붕이 무너져 머리와 목, 상반신 상부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그는 이후 2개월에 걸쳐 자신의 다리 피부를 머리로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귀와 입술, 코의 대부분을 회복할 수 없었다.

눈꺼풀 조직이 없어져 눈을 깜박일 수 없었다. 눈의 보호를 위해 남아 있던 눈꺼풀 조직에 다른 피부를 접합시키는 수술을 받았지만, 눈은 작은 구멍의 형태로만 남았다.

그는 "아주 조금만 볼 수 있었다. 거의 시각장애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려 71차례의 수술을 받으며 정상 생활을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안면이식 수술을 위해 얼굴 기증자를 기다리던 그는 지난 8월 데이비드 로드버그(26)라는 남성의 얼굴을 이식받을 수 있게 됐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이자, 자전거 선수였던 이 남성은 뉴욕 브루클린의 거리에서 당한 자전거 사고로 숨졌다. 그는 생전 자신의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지난 8월 14일 26시간에 걸친 안면이식 대수술이 실시됐다. 그의 수술에는 100여명의 의료진이 동원됐다.

3개월이 지난 현재, 하디슨은 피부이식 거부반응을 예방하는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고 눈꺼풀 수술도 더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끝나면 사고 후 처음으로 비로소 정상적인 시야로 사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하디슨은 "이제야 평범한 보통 남자로 돌아온 것 같다"며 소방관 생활은 어렵겠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부상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강연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