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액 맞은 의경 왜 씻겼냐고? 모두 같은 시민인걸요”

입력 2015-11-17 10:13
사진=트위터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최루액을 맞은 의경의 눈을 씻겨줘 화제가 된 시민이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들 사연은 현장에서 찍힌 한 장이 사진이 트위터에 오르면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의경은 도운 시민 A씨는 “사진이 찍힌 줄 모르고 있었다. 지인에게 연락을 받은 뒤에야 (화제가 된 걸) 알게 됐다”고 16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A씨는 집회 참가를 위해 현장을 찾은 시위대였다. 그는 “집회 참가 후 친구들과 헤어져 집에 가려고 했는데 청계광장 쪽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는 얘기를 듣고 잠시 들렀다”며 “그때 경찰과 버스, 시위대가 뒤섞여 충돌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시위대는 차벽으로 설치된 버스를 끌어내기 위해서 버스에 달라붙었다. 버스 안에 있던 경찰들은 창문을 통해 최루액을 뿌리며 저항했다. 그때 의경 한 명이 버스 옆쪽을 지나다 운전석에서 발사된 최루액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A씨는 “의경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버스에 기대서 비틀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가방에 있던 생수를 찾아 급히 의경의 얼굴을 씻겼다. 진흙더미 바닥에 떨어진 의경의 안경까지 찾아줬다. 주위에 있던 다른 시민들이 그 의경을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 뒤 상황은 마무리됐다.

A씨는 “시위에 참여한 사람도, 참여 안 한 사람도, 막고 있었던 경찰들도 모두 같은 시민인데 참여자와 참여하지 않은 시민을 구분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남겼다.

집회에는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을 규탄하기 위해 8만여명(경찰 추산)의 인원이 모였다.

2만2000여명의 병력이 투입된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액을 발사하며 강경 대응했다. 시위대 역시 경찰 진압에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