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전국적으로 이미 20개가 세워져 있고, 연말까지 30개 정도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이 17일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계속해서 소녀상이 세워진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의 선결조건으로 소녀상 철거부터 요구하고 있는 데도, 국내외 소녀상은 늘어만 간다.
안 소장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나와 일본의 소녀상 철거 요구를 두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분노를 대신 설명하며 집약한 말이다. 피해 할머니는 현재 47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중 10명이 나눔의 집에서 공동생활 중이다. 평균 연령은 90세라고 전했다.
안 소장은 소녀상 건립에 대해 “올바른 역사와 인권을 알리는 것”이라며 “가해자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은 하지 않고 철거하는 자체가 이해 안 간다고 한다”라는 할머니들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소녀상 철거 요구가 2011년 이명박 대통령-노다 총리 정상회담, 2014년 한일 국장급 협의, 올해 외교장관급 회의, 지난 2일 한일정상회담에서도 계속 의제로 나왔다고 전했다.
이토록 일본이 소녀상 철거에 집착하는 것은 국제적 이미지 실추 때문인 듯 하다고 안 소장은 분석했다. 그는 “세계인들에게 과거 전범국의 이미지 보다는 현재의 선진국, 또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좋은 나라 이미지를 갖고 싶은데 이것(소녀상)이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라고 봤다. 소녀상은 고인이 더 많은 피해 할머니들의 한이 투영된 상징물이 됐다. 한국인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스스로 철거하라는 건 또 다른 굴욕감을 안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日 철거 요구에도…연말까지 30개, 늘어가는 위안부 피해 소녀상
입력 2015-11-17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