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괜찮냐는 한국 친구, 광화문 집회는 몰라 소름”…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5-11-17 00:05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파리 연쇄 테러와 광화문 집회 문제가 사이버상의 최고 이슈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일부 한국 네티즌들이 파리 테러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13만명이나 운집한 광화문 집회 소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점을 비판하는 트윗이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17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한다는 A씨가 지난 14일 밤에 남긴 한 줄의 트윗이 발단이 됐습니다. 파리 테러 소식이 전해진 뒤 한국에 있는 친구가 자신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광화문 시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해 놀랐다는 내용입니다.

A씨는 “친구가 나보고 파리에서 테러 났다는데 괜찮냐고 카톡하길래 난 괜찮다고 했다”면서 “한국도 광화문 시위 때문에 난리던데 어떠냐 물어보니까 ‘지금 광화문에서 시위해?’ 이런다. 그게 너무 소름 돋았음”이라고 적었습니다.

A씨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비판했는지는 해석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국내 이슈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한국 언론의 행태를 지적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 젊은이들이 자국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점을 꼬집은 것인지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데요.

어찌됐든 13만명이나 모인 집회 소식을 알지 못하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자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이 트윗은 삽시간에 수천번 리트윗돼 퍼져나갔습니다.

네티즌들은 “무관심한 국민들이 문제” “언론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 “파리 테러는 하루종일 긴급 속보로 나오던데 정작 집회 소식은 단신으로 소개됐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 트윗을 보니 마틴 루터 킹과 마틴 니묄러가 남긴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악인들의 악행이 아니라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이를 외면하거나 모른척하는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고.’ - 마틴 루터 킹.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 그 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틴 니묄러의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



마틴 니묄러는 나치 시대를 산 신학자입니다. 그의 이 시는 나치의 만행을 목격하고도 침묵한 독일 지식인들을 비판한 것이라고 합니다. 나치가 홀로코스트를 자행할 때 이를 외면하거나 방관한 보통의 독일인 모두 유죄라는 것입니다.

이완용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기고문을 통해 동족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 ‘포기하라’고 종용했습니다. 역사의 주인공은 모두 가만히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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