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가장한 금융사기범, 아파트 비밀번호 알아내 1550만원 털어 도주

입력 2015-11-16 19:34
경찰관을 가장한 전화금융 사기범이 아파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빈 집에서 현금을 훔쳐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6일 오후 1시35분쯤 광주 진월동에서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에 접수됐다.

신고자 A(67·여)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자신을 경찰서 112상황실 직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금융정보가 유출돼 은행예금이 안전하지 않으니 돈을 전부 찾아 집안에 보관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 전화금융 사기에 관해 알고 있던 A씨는 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여러 남성이 자신을 경찰이라고 소개하며 번갈아 전화를 걸어 금융자산이 위험하다고 경고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에서 자신의 예금 1550만원을 찾아 집안에 보관하기로 했다.

집안에 두면 사기피해를 당할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전화금융 사기범은 A씨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18분 문제의 남성으로부터 마지막 전화를 받은 A씨는 “나를 찾아오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진월동 자택에서 10여㎞ 떨어진 광주 광산경찰서로 급히 갔다.

하지만 이후 오후 1시35분까지 경찰서 로비에서 전화한 남성을 기다렸던 A씨는 자신이 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가슴을 내리쳤다.

A씨는 즉각 경찰서 1층 형사과로 찾아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던 것.

A씨는 “남성이 아파트 비밀번호도 이미 노출됐을지 모른다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재촉해 무심결에 번호를 말한 것 같다”고 경찰관에게 실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의 집에 형사들을 즉각 보냈지만 집안에 보관된 현금 1550만원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토대로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현관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고 A씨의 아파트에 칩임한 남성의 행방을 쫓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