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혼이 깃든 ‘재의 작가’로 각광받고 있는 남홍 작가가 유럽 미술무대를 휘어잡았다. 유럽에 독창적인 색깔로 가을을 수놓은 ‘가을여자’의 열정이라고나 할까. 그의 예술세계를 본격적으로 유럽에 알린 것은 세계 최고의 비엔날레인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받으면서 시작됐다.
11월 22일까지 이어지는 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받아 개막식에 참석해 평면작품뿐 아니라 설치작품,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작가는 “그동안 열심히 작업에만 몰두해온 것이 드디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 행복하다. 더욱 열심히 작업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의 작품성은 프랑스 파리에서의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행사로 이어졌다. 11월 2일 행사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 갈채를 받았다. 앞서 10월 13일에는 모나코에서 행사를 가졌다. 내년 4월에는 미국 뉴욕 메디슨가 화랑 초대전도 예정되어 있다.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에 이어 모나코와 파리에서도 그의 작품과 더불어 살풀이춤, 장구, 가요(서울이여 안녕), 민요(뱃노래), 탱고, 왈츠 등을 앙드레김 유작 드레스를 입고 선보였다. 그녀의 대표 예술 작품 퍼포먼스 ‘무상로’를 펼쳐 보인 것이다.
작가는 1983년부터 파리에서 33년째 활동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2015 ‘팔라조 모라’ 전시관 오프닝 날 메인 홀에서의 남홍 퍼포먼스 초대에 이어 10월 13일 오후 6시에 모나코 ‘젬 뤽 아트’(GemlucArt:Groupement des Entreprises Monegasques dans la Lutte contre le Cancer)의 특별 초대작가로 오프닝 행사 단독 퍼포먼스를 15분여간 선보였다.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마지막 유작 드레스와 함께 한국 고유 민속에 바탕을 둔 대표 작품 퍼포먼스 ‘무상로’를 펼치며 ‘서울이여 안녕’ 가요와 장구, 뱃놀이 등을 모나코 하늘 아래 울려 퍼지게 했다.
11월 2일 오후 6시에 프랑스 파리 16구청에서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남홍 초대’ 행사가 프랑스 오케스트라단 쎄세시옹 오케스트라단과의 협연으로 40여분간 열렸다. 프랑스의 음악 대가인 드뷔시의 연주와 남홍의 한국 고유 풍속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프랑스와 한국의 예술이 하모니를 이루었다.
이번 행사는 파리 16구청의 세 번째 남홍 초대전(2006년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남홍 초대 행사, 2008년 한불친목도모 앙코르 남홍 초대 행사, 2015년-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남홍 초대 행사)으로 같은 작가를 세 번이나 초대 개인전을 치르는 것은 이례적이고 처음 있는 일이다.
파리 제8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석사를 거친 작가는 2001년 프랑스문화협회 황금캔버스상, 2011년 제8회 플로랑스 비엔날레 대통령 특별상을 수상했다. 몇 년 전 고향인 대구에 작업실을 마련해 프랑스와 대구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그는 태운 한지와 천 등을 이용해 나비, 꽃 등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삶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아픔,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과 희망 등을 보여주고 있다.
퍼포먼스의 계기는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프랑스로 갔다. 한국에선 불문학을 했고, 파리에선 그림을 공부했다. 그런데 동양인이라 업신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또한 한복이나 가야금을 중국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아예 한국인인 자신이 한복 입고 장구를 쳐야지 하고 생각했다.
작가는 이제 유럽에서 또 하나의 ‘문화한류’로 자리 잡았다. 스위스 출판사인 아카토스(Acatos)와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전작 도록)를 발간하기로 계약했다. 이 출판사는 3년 전 콜롬비아의 유명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도록을 제작하기도 했다.
남홍 작가의 가는 발길이 어찌 유럽에만 머물겠는가. 그의 작품에 소재로 있는 나비처럼 자유와 낭만의 날갯짓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 그는 얼마나 치열하고 숨 가쁘게 작업했던가. 그 이면에는 또 얼마나 많은 아픔과 슬픔과 고독이 자리했겠는가. 훌훌 털고 더욱 성숙하고 글로벌한 작가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재의 작가’ 남홍 화백 유럽에 한국의 서정 미술한류를 전하다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잇단 초대전 주목
입력 2015-11-16 17:53 수정 2015-11-16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