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좋은 사람을 금방 망할까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인터넷을 울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아르바이트 중 가장 좋은 고용주를 만났지만 결국 이 사람은 장사가 되지 않아 망했다는 내용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왜 좋은 사람은 망할까요?”라고 반문해 수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해당 사연은 16일 방송된 팟캐스트로 ‘절망라디오’에서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절망라디오는 ‘노 멘토링, 노 힐링, 노 답’을 슬로건을 내건 팟 캐스트로 젊은 세대들의 절망적인 사연을 공유하지만 위로나 조언은 하지 않습니다. 섣부른 조언이나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콘셉트로 지난 8월2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2회가 방송돼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메인 DJ로는 김성일씨와 페이스북 그룹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관리자 여정훈씨,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 ‘가만히 있으라’는 타이틀의 침묵 행진을 이끌어 화제가 되었던 대학생 용혜인씨가 진행합니다.
이날 방송에서 소개된 사연은 일자리를 잃은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절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절망의 포인트는 일자리를 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만난 고용주 중 가장 좋은 사람이었던 편의점 점장이었습니다.
사연은 “오늘 일자리를 잃었어요”라는 말로 시작됐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자신이 일하는 매장이 장사가 되지 않아 다른 점주에게 편의점이 넘어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연의 주인공은 자신이 해왔던 수많은 아르바이트 중에 가장 좋은 고용주였는데 결국 망해버려 절망스럽다는 군요. 마지막으로 그는 “좋은 사람이어서 절망이예요. 좋은 사람들은 왜 항상 빨리 망할까요. 이제 점장은 뭘 먹고 사나 싶어요”라며 사연을 마쳤습니다.
그러자 사연을 읽던 DJ는 평소답지 않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보조DJ인 여정훈씨는 “희망적인 얘기를 해보면 좋은 사람 아니라도 망한다”며 “편의점을 차렸다는 시점에서 이미 망한 거며 그건 자살미수다”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 “좋은 분이 주님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해야한다”며 “그만두고 싶지만 위약금 때문에 못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는 위로를 건넸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씁쓸한 현실에 공감하며 편의점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그런지 위약금에 관해 문의해 봤습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계약을 중단했을 때 본사에서 부담했던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한 초기투자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때문에 위약금이긴 하지만 성격자체는 위약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관계자는 “2013년도 체질개선을 통해 부실점포들은 폐점했다”고도 했습니다. 경쟁적으로 점포를 유치하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이로 인해 2015년 점포수가 1분기 8500여 개에서 2분기에 8800여 개, 3분기에는 9000여 개로까지 늘었고 영업이익도 544억원으로(2015년 3분기) 전 분기에 비해 30억원 늘었다고 하네요. 매장마다 영업이익이 똑같을 순 없지만 9142개 점포를 544억원으로 나누면 점포 1곳당 16억원 이상이 됩니다.
이 말대로라면 절망라디오 DJ의 위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말인데요, 정말 그럴까요? 다시 한번 찾아봤습니다. 편의점 업계에서 집계한 자료를 살펴보니 국내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는 2011년 2300명 수준에서 지난 해 2057명 까지 줄어 세계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 됐습니다. 결국 장사가 되지 않은 이유는 편의점이 너무 많아서고, 편의점에는 위약금 문제로 그만둘 수 없는 편의 점주들이 많은 게 현실이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일 편의점 업계의 불공정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권고했지만 아직은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듯 합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좋은 사람은 왜 망할까요?” 편의점 알바의 절망 사연 ‘씁쓸’
입력 2015-11-16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