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개헌론이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계에서 돌출한 데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청와대나 친박계는 홍문종 의원이 운을 뗀 권력 분점형 이원집정부제를 개인 의견이라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홍 의원이 3선으로 정무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점에서 더 그렇다.
가뜩이나 내년 4월 총선을 5개월가량 앞두고 선거구획정과 공천룰 방식을 둘러싸고 예민해진 정치권은 어떤 노림수가 있는지 파악하느라 신경이 곤두섰다.
◇왜 나왔나…장기집권 플랜? 국면전환용? = 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개헌은 그야말로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일단 굴러가기 시작하면 모든 정치, 경제, 사회 이슈를 집어삼킬 게 명약관화한 메가톤급 이슈다.
홍 의원이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정치권에는 일파만파 파장이 크다.
야당은 장기집권 플랜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구·경북(TK)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근거지로 해서 내치를 관할하는 총리를 계속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남 지역 의석만 해도 61석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3개 만들고도 남는 수준이다. 여기에 서울 강남·서초·송파를 포함해 몇몇 여당 강세 지역을 접수한다면 친박계는 정치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과거 '3金시대'가 가능했던 것도 영·호남과 충청이라는 강력한 지역 기반 때문이었다.
친박계에는 김무성 대표에 대항마로 세울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아직 없다는 데서 개헌론의 배경을 찾기도 한다.
외치에 국민적 지지가 높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세우고, 내치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14일 터키로 출국한 박 대통령과 반 사무총장의 면담이 이뤄질지,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한다.
개헌론이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개헌을 성사시키기보다는 여차하면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로써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완됐던 친박계의 응집력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 침체나 성과 부진과 같이 정부가 비판받을 소지가 큰 사안의 원인을 정치 시스템의 문제로 돌려 버리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역사교과서는 물론 'TK 물갈이론'을 비롯한 청와대의 총선 개입설은 어느 틈에 자취를 감췄다. 의도했든 아니든 어느 정도 국면전환의 효과는 거둔 셈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이라는 게 있을 수 없었는데 여당에 구심점이 약하고, 야당도 무기력하기 때문에 개헌도 할 수 있다고 넌지시 떠본 것"이라면서 "그러면서 친박계에는 '믿고 따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교감 있을까…실현 가능성은 = 청와대는 즉각 "민생경제에 집중할 때"라며 일축했다.
또 일단 차기 권력에 대한 논의가 불붙게 되면 제어하기도 어렵고 그만큼 권력누수 현상을 재촉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전·현직 각료와 청와대 고위 참모 출신들이 대거 TK, PK, 서울 강남권에 출마 채비를 서두르는 상황이 개헌론에 계속 불씨를 공급하고 있다.
심지어 최 경제부총리도 이달 초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치고 빠지기', 청와대와 친박계의 '역할극'이라는 주장도 있다.
역대 개헌은 아래로부터 분출된 혁명적 상황에서 가능했다. 1960년 4·19 혁명이나 대통령 직선제로 이어진 1987년 6월 항쟁이 그렇다.
아니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위한 '사사오입 개헌'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유신 체제와 같이 절대적 권력자가 있을 때도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때문에 개헌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그것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 경우라면 가능성이 더더욱 떨어진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朴대통령 퇴임후 안전판 구상 혹은 김무성 흔들기?” …친박發 개헌론의 정치학
입력 2015-11-15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