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 확실해지자 유럽에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증)가 다시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이미 중동에서 몰려드는 난민들로 이슬람에 반감이 커져 극우정당들의 지지도가 높아진 상황으로 파리 테러는 이런 추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는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의 난민 분산수용 계획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폴란드의 콘라드 지만스키 EU 담당 장관은 이날 우파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파리 참사 이후 EU 집행위원회의 난민과 이민자 재배치 계획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EU가 역내 난민들을 회원국이 나눠서 수용하자는 제안에 동유럽 국가들이 가장 거세게 반대했으며, 경제적 부담 외에도 종교적·정치적 차원에서 반발했다.
가장 먼저 국경에 철조망을 세운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기독교에 기반한 유럽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무슬림 이민자를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파리 테러를 계기로 유럽 각국에서 난민 수용 거부는 물론 난민들을 겨냥한 공격도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들어 난민이 급증하자 난민 캠프에 불을 지르른 등 혐오 범죄도 대거 늘었다.
트위터에서는 전날 밤 테러 직후 '정글'로 불리는 프랑스 칼레시의 난민촌에 큰불이 났다는 소문이 급격히 퍼졌고, 무슬림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왔다.
중동 각국 정부와 이슬람 지도자 등이 테러는 종교에 반하는 범죄이며 테러리스트는 이슬람을 신봉하는 자들이 아니라고 일제히 테러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지만 이슬라모포비아 확산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이슬람혐오 고조는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IS가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유럽 내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십자군과의 성전'을 벌이는 IS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외국인 조직원들의 가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IS는 이날 성명에서 “십자군 프랑스의 수도”를 공격한 것은 “성스러운 공격”이라며 파리를 '십자가 휘장을 두른 혐오와 변태적 도착 행위의 수도'라고 주장했다.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에 가담한 프랑스 국적자는 5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번 테러가 IS의 소행임이 밝혀진다면 전날 발생한 사상자 외에도 IS를 피해 유럽으로 온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들도 테러의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유럽에 '이슬람혐오' 반작용…폴란드 "난민수용 거부"
입력 2015-11-15 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