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테러를 계기로 국내 정치권에서 감청 및 통신비밀 보호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이상 테러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안보와 치안을 위해 감청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이나 사생활 침해 및 당국의 정치적 남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휴대전화 감청이나 온라인 해킹 등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통신비밀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개정안은 올해 들어서만 10여건에 달한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은 주로 국가안보 등을 위한 목적으로 감청을 보장하는 법안을 제출한 반면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대체로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감청이나 해킹을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 지난 5월말 제출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수사기관이 국가안보 수호와 범죄수사 목적에 한해 휴대전화 감청을 요청할 경우 이동통신사가 의무적으로 이에 협조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대 이동통신사업자는 휴대전화 감청 관련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현행법은 이미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이 관련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감청영장이 발부돼도 감청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정보원 등이 테러, 간첩, 마약밀매 등 대형 강력사건을 사전 차단하거나 수사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지난 8월말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정부당국의 감청으로 사생활 자유와 개인정보가 침해될 우려를 차단하자는 게 제안 취지다.
개정안은 국가기관이 감청설비를 도입할 때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했고, 국회 정보위원회에도 이를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했다.
앞서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은 수사기관이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 포털업체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경우 법원 영장을 반드시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파리 테러 사태로 인해 감청 및 합법적 해킹 보장과 관련한 개정안 발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간 기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정치 쟁점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근 국가정보원의 내국인 휴대전화 해킹 의혹과 맞물릴 경우 논쟁은 더 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프랑스 테러로 감청 및 통신비밀보호헙 또다시 정치권 논쟁 수면위로
입력 2015-11-14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