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역사상 가장 공포스러웠던 축구경기

입력 2015-11-14 18:42

13일 파리 연쇄테러 와중에 진행된 프랑스와 독일의 A매치 축구경기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경기로 기억될 것 같다. 경기장 좌석이 흔들릴 만큼 거대한 폭발음이 연달아 들리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긴급대피를 하는 와중에도 경기는 90분간 지속됐다. 별다른 안내방송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경기장에 바로 경찰이 출동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테러상황을 인지한 관중들은 환호는커녕 공포 속에 입을 다물고 자리를 지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홈페이지를 통해 당시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 있었던 한 관중의 경험담을 자세히 소개했다. 8만1300석 규모의 경기장에 당시 관중이 몇 명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첫 폭발음을 듣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폭발소리가 들렸을 때는 좌석이 흔들렸다.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도 뭔가 해볼 생각은 못했다. 경기가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야 우리 빼고 다들 (테러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경기 내내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기를 칼로 베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끔찍한 분위기였다. 이윽고 관중 일부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장 안에 머무르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우리는 사람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경찰이 전혀 없었다.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사방으로 달렸다. 내 앞에서 한 소녀가 넘어지기도 했다. 우리는 수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했다. 얼마 뒤 대로변까지 나가 보니 비로소 방위군들이 보였다. 거리는 통제되고 있는 듯했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마침 여자친구가 전화를 걸어 집으로 가지 말라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부근인 샤론거리에서도 총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친구와 함께 파리 동쪽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집 근처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데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몸이 떨린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