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연애’외치던 빅스, 마침내 사랑이란 사슬에 묶이다

입력 2015-11-14 00:10 수정 2015-11-15 17:08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빅스가 ‘사랑의 노예’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2년 만에 정규앨범 [Chained Up]을 발표했는데요.

타이틀곡의 제목은 ‘사슬’입니다. 이 곡은 강인한 남자가 사랑 앞에서는 길들여진 짐승으로 변해버린다는 내용입니다. 묵직한 비트와 짐승의 읊조림 같은 낮은 목소리가 잘 어우러졌죠. 특히 남자의 시점에서 쓴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 굴복하는 남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를 굴복시킨 채찍 너머로 / 넌 날 응시해 뚫어지게 / (옳지 착하지)', ‘짐승처럼 무조건 네게 길들여진 / 절대 너를 떠날 수 없어', ‘내 주인은 너란 걸 잘 알아’로 이어지는 가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빅스는 사랑에 있어 ‘을’의 역할을 자처해왔습니다. 늘 매달리는 입장에서 절절한 사랑을 부르짖어 왔죠. ‘또 무릎 꿇는 난 / 다칠 준비가 돼 있어 / 오늘은 날 제대로 가지고 놀아줘(다칠 준비가 돼있어中)’, ‘너의 손끝에서라면 / 온 세상의 눈물을 다 흘릴 / 내가 여기 있어(저주인형中)', ‘네가 나의 곁에만 있다면 / 악몽이라도 좋아 난(기적中)’

이에 이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마치 빅스가 나에게 매달리는 느낌’, ‘내가 연애에서 강자가 된 느낌’이라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여성 팬들의 반응이 많습니다. 또 남자가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는 아이돌 곡이 별로 없다며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빅스가 쭉 고수해온 ‘을의 연애’ 콘셉트에 여성 팬들은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겁니다.

빅스는 10일 열린 ‘[Chained Up]’ 쇼 케이스에서 깊게 파인 흰색 수트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사슬’이라는 타이틀곡 제목에 맞게 속박을 상징하는 빨간색 초크도 착용했습니다. 멤버들의 모습은 단정하면서 동시에 섹시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후에 ‘사랑의 노예라는 콘셉트를 조금 더 고급스럽고 섹시하게 표현하고자 했다’는 멤버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섯 명의 멤버들이 ‘사슬’ 무대를 선보이는 것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런 멋진 남자들과의 연애라면 내가 ‘을’이 되더라도 좋을 것 같다고 말입니다.

엄지영 기자 acircle121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