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또다시 개입했다” 野 “친노 책임론, 졸렬한 이간질”

입력 2015-11-13 17:11

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총선 선거구획정 문제를 법정시한 내에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데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협상 결렬 책임을 새누리당에 돌렸다.

또 농어촌 지역구의 대표성 확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는 등 농어촌 의원들이 몰려있는 호남 민심에 특히 신경쓰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 확대간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협상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전혀 여당답지 못했다"며 "농어촌 지역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례대표 7석을 줄이는 방안까지 성의있게 검토했지만 새누리당은 아무런 양보와 결단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확대간부회의에서 "배부른 정당, 더 큰 정당이 끊임없이 스스로 욕심만 불리려고 하는 정치"라며 새누리당의 협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협상이 결렬된 것은 청와대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또다시 개입하기 때문"이라면서도 "4+4 회담이든 당대표간 회담이든 직을 걸겠다는 각오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양당에 촉구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선거구 협상 결렬의 책임이 친노 때문"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성명에서 "조 수석부대표가 엉뚱한 핑계를 대는데 이는 야당에 대한 졸렬한 이간질이자 기본적인 정치도의를 망각한 거짓선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야당이 기존 입장을 양보하고 책임있는 여당 중진의원(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하겠다는데 정작 여당 지도부는 무슨 핑계가 그리 많은가"라며 "협상 내용에 대해 일일이 '보이지 않는 손'의 재가를 얻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농어촌 지역구의 불만을 의식한 발언도 나왔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농어촌 선거구에 대한 확실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농어촌을 홀대한 선거구 획정 논의는 재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농어촌, 특히 호남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해 온 것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이는 호남이 전통적인 텃밭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호남 농어촌에 비주류 의원들이 많아 이 문제가 새로운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4·29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곤두박질하는 당 지지율을 위해 호남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실제 협상에서 비례대표는 한 석도 못 줄인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농어촌 지역구를 위해 비례대표를 7석까지 줄이는 변형된 '이병석안'을 제안했다.

이 안에는 전날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에게 꼭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한 광주 동구도 포함됐다.

농어촌을 위해 비례대표를 대폭 축소하면 진보시민사회는 물론 내년 총선에서 중요한 협력 대상인 정의당으로부터 역풍이 예상되지만 그 부담을 감수한 것이다.

김태년 의원도 전날 협상이 결렬된 직후 황주홍·유성엽 등 농어촌 의원들을 만나 협상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