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연합뉴스를 비롯, 아시아태평양 뉴스통신사 기구(OANA) 회원사 등 8개국 뉴스통신사들과 공동 인터뷰를 하고 남북정상회담을 비롯, 남북관계와 동북아 외교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박 대통령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8·25 남북합의에 따라 당국간 회담이 개최된다면 최우선적인 의제는 무엇이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 정부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토대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을 국가의 최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남북간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는 8.25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해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정부는 당국간 회담을 통해 최우선적으로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산가족들은 많은 분이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데 한평생 안고 살아온 이산의 아픔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할 것입니다. 지구 상에 아직도 이러한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사안입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면적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 정례화 방안을 협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민생, 문화, 환경 분야 교류도 촉진해서 남북간 동질성을 회복하고 호혜적 협력의 통로를 넓혀나가고자 하는데 앞으로 분유지원 등을 시작으로 민간교류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진척이 이뤄진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할 용의가 있으십니까.
▲저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떠한 형식의 남북간 대화도 가능하다고 밝혀왔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진척이 이뤄진다면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전제는 북한이 전향적이고 진실된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하며 북한의 진정성과 실천의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현 단계에서는 남북이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일본과의 교섭으로 타결이 가능하다고 전망하는지요.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단순히 한·일 양국간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입니다.
피해자분들이 90세 전후의 고령으로, 올해만 벌써 여덟분이 돌아가셔서 이제 마흔일곱 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면 일본 정부에게도 큰 역사적 부담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일본의 미래세대에도 큰 짐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가 조속히 제시해서 이제 마흔일곱 분밖에 남지 않은 피해자 분들이 생존해 계시는 동안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매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분쟁 하에서의 여성 인권을 강조해 오고 있고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이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합의한 만큼,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자꾸 끌고 가는 것은 세계적인 정서와도 맞지 않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가시적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에 아베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하실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향후 정례적으로 아베 총리와 만나시길 희망하는지요.
▲한·일 양국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입니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에 양국이 올바른 역사인식의 바탕 위에 과거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출발하는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3국 협력의 정상화와 한·일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와 저는 양국간 과거사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3년 반 만에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동력을 제공하고 한·일 관계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한일관계가 신뢰를 구축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올 하반기 미국, 중국, 일본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동북아 외교의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며 '외교 정체'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Central Park'이라는 제하 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균형외교를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균형외교 노선을 어떻게 자평하시며, 국제무대 통일외교에서 균형외교 노선이 갖는 의미를 말씀해주십시오.
▲ 최근 동북아지역 정세는 '지정학의 귀환'이라고 불릴 만큼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북핵 문제의 해결과 평화통일을 이루어 나가려면 역내 주요국들과의 공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과 더불어 중·일·러를 비롯한 주요국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우의와 신뢰를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강화했고, 지난 10월 방미를 통해서 신뢰의 한·미 동맹을 재확인했습니다.
또 지난주에 한·일·중 3국 정상회담을 주최, 3년반 동안 중단되었던 3국 협력 체제를 정상화시켰습니다.
일본과도 미래지향적인 협력과 발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러 수교 25주년을 맞아 러시아와의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기초를 만드는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를 연계하기로 합의했는데 향후 어떻게 연계 정책을 펴나가실 계획이신지요.
▲ 우리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럽과 아시아가 소통과 개방을 통해 평화롭게 교류하고 공동 번영하는 새로운 유라시아를 함께 건설하려는 것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와 교류, 안보와 평화를 위한 비전을 포함하고 있어서 일대일로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며 한·중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중국측에 양 구상간의 연계 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을 제안하고 협의해 왔습니다. 최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일대일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구체적인 협력을 추진해가고 있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인문교류를 확대하기로 협의했습니다. 보다 많은 중국 여행객의 한국 방문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어떠한 정책을 취할 계획이신지요. 중국 여행객에 대한 비자면제는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는지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간 인적 교류는 1992년 13만명에서 작년에 약 1천30만명으로 79배 이상 증가해 왔습니다. 이러한 인적 교류 증가는 한·중관계 발전의 튼튼한 토대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중국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별 방문객을 위해 출입국절차 간소화와 항공노선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단체관광객을 위해 전자관리시스템에 의한 상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품질관리위원회를 통해 단체관광 품질 향상에 힘쓰고 있습니다.
작년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사증면제 범위의 단계적 확대 방안을 우선 협의해 나가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양국간 사증면제의 예상 효과와 구체적인 사증 면제 확대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중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오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한-중 사증면제 범위의 단계적 확대 방안을 중국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현재의 한러관계를 평가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 금년은 한-러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로 그동안 양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꾸준하게 관계를 발전시켜 오고 있습니다.
금년에도 수교 25주년을 기념, 양국간에 다양한 고위급 접촉과 교류행사가 있었으며 특히 지난 7월에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돼 미래지향적인 한·러 관계의 발전 가능성을 재확인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유라시아 전략은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와 공동번영 추구라는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전 실현을 위해 러시아와 더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나진-하산 물류협력과 같은 남북러 3각 협력을 추진, 이 지역에서 새로운 미래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러시아는 또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중요한 협력국으로 그동안 북핵 불용의 확고한 원칙을 견지하면서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억제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협력과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러시아와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은 한·러관계 발전뿐 아니라 극동 러시아 지역 발전에 새로운 추동력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한반도 신뢰구축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성과를 평가해 주시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베트남을 포함한 타국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우리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초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오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2013년)와 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8·25 합의와 같은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남북이 쉽고 작은 분야부터 신뢰를 조금씩 쌓아나가면서 차근차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고자 합니다.
북한은 지금도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데 베트남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는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분명하고도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베트남은 북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만큼 북한이 베트남의 발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꾸준히 조언해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실 예정인데 이번 순방을 통해 어떠한 성과를 기대하는지요.
▲최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함께 포용성(inclusiveness)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 만큼, 이번 G20와 APEC 정상회의에서도 이러한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그간 우리 정부는 노동 개혁을 비롯한 4대 부문의 구조개혁 노력과 창조 경제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추진해 왔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가 거둔 정책적 성과들을 참가국들과 공유하면서 세계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주요 정책 방안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쌓아온 다양한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인적자원 개발과 농촌 공동체 강화, 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포용성 증진 정책을 제시하면서 한국의 역할을 다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번 APEC에서는 역내 경제통합과 관련된 내용이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인데 우리는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의 원활한 진행, 그리고 APEC이 지향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에 대한 관련국간 협의에 적극 참여해서 기여하고자 합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4대 구조 개혁과 창조경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어떤 성과를 예상하는지요.
▲한국은 작년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금년 5월에는 공무원연금을 개혁, 향후 30년간 185조원의 세금을 절감했고 금년 9월에는 17년만에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 대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어 냈으며 금융과 교육부문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확산에도 힘을 쏟고 있는데 현재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원스톱 창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역대 최고인 4만6천개의 기업이 창업하는 등 창의적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계되고 있고 중소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 활발하게 도전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 고부가가치 문화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의 독창적 문화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는 '문화창조 융합벨트' 구축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글로벌 경제위기로 많은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S&P 등 세계적 신용 평가사들은 한국에 역대 최고수준의 국가신용등급을 부여한 바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 정부는 출범 이후 사회 각 분야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에 힘을 기울여 왔으며 이를 통해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 정상화 역시 이러한 개혁 과제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역사교육은 국민의 혼과 같은 것이라서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70년을 넘어서는 분단을 극복하고 한반도 통일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올바른 역사관과 자부심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 역사관이 없으면 세계 속에서도 떳떳한 대한민국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정립할 수 있는 역사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전문]朴대통령, 연합뉴스 등 8개국 뉴스통신사 인터뷰
입력 2015-11-13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