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자폭테러로 240여명 사상…IS와 헤즈볼라 충돌 격화

입력 2015-11-13 06:40
YTN 영상 캡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12일(현지시간) 강력한 연쇄 자살 폭탄 공격으로 24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사건 직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레바논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베이루트 남부의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거점 지역에서 2차례 연속으로 자살 폭탄 공격이 일어났다. 레바논 적십자사는 이 공격으로 최소 41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알마나르TV는 폭발물이 장착된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번화한 쇼핑가에서 그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폭탄은 퇴근 시간대에 몇 분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루트 남부는 시아파인 헤즈볼라 세력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이고 폭탄이 터진 곳은 베이루트 공항과 연결된 주요 도로가 관통하는 상업·거주지로 시아파 주민이 다수 사는 곳이다.

사건 직후 시아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수니파의 무장조직 IS는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 대원이 폭발물이 실린 오토바이를 끌고 군중이 모인 장소에 가서 스스로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IS는 또 “시아파 이단자들이 모였을 때 우리의 순교자 영웅이 그 중앙에서 스스로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IS의 발표가 나오자 헤즈볼라는 즉각 보복을 시사했다. 헤즈볼라 지도자의 한 측근인 후세인 칼릴은 사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IS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칼릴은 “이곳에서 발생한 것은 범죄 행위”라며 “우리는 테러리스트와의 전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와 IS의 충돌 격화 가능성은 5년째 접어든 시리아 내전을 둘러싸고 예전부터 예고돼 왔다.

헤즈볼라는 그동안 같은 이슬람 시아파의 한 분파인 알라위트파가 권력을 잡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해 왔으며 2013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 시리아 반군 세력과도 교전을 벌였다.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6월 TV 연설을 통해 “IS와 전투가 시작됐다”며 “헤즈볼라는 IS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IS를 포함한 시리아 수니파 반군 세력은 이러한 헤즈볼라의 적대적 언행에 반발, 2013년부터 레바논 내 시아파 거점에 여러 차례 공격을 가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