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인스타감성’이라는 말이 있다. 철저히 사진 위주의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끄는 게시물들을 보자. 이 공간에서 ‘얘기가 되는’ 것들은 신체의 일부 혹은 사물이나 풍경이다. 찍거나 찍히는 인물의 실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사람이 전면에 등장할 때도 있다. 그러나 사진의 주인공들은 최대한 촬영을 의도·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군다. 구구절절한 설명도 없다. 색상의 채도는 아주 낮거나, 아주 높다. 오로지 시각적 소비에 집중한다. 다른 어떤 SNS보다 간단히 감성적인 자신을 연출할 수 있다. 의미나 깊이 따위는 당연하게 차치하는 것이 ‘인스타감성’의 출발이다.
그래서인지 ‘인스타감성’은 공허함을 주기도 한다. “속 빈 강정” “허세”라는 조롱도 따른다. 그러나 이 같은 비웃음에 “알맹이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는 것이 바로 ‘인스타감성’의 핵심, ‘쿨함’이다. 적어도 인스타그램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백 마디 말보다 감성샷 한 장이 쿨하다. ‘인스타감성’은 육안으로 보는 세상에 ‘쿨함’이라는 필터를 끼웠을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어찌됐든 이렇게 해석한 세계도 매력적이다. 12일 개봉한 ‘위아 유어 프렌즈’의 분위기는 이 ‘인스타감성’과 일맥상통한다. 이야기보다는 영상과 EDM(Electronic Dance Music)이 먼저다.
친구들과 클럽을 전전하며 공짜 술이나 얻어 마시던 DJ 지망생 콜(잭 에프론)은 우연히 최고의 DJ 제임스(웨스 벤틀리)와 만나게 된다.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콜의 능력을 제임스가 알아본 덕일까. 두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급속히 가까워진다. 그리고 제임스의 뮤즈이자 애인 소피(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와 콜의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흐른다. 이후로는 우리가 알 만한 삼각관계 스토리가 전개된다. 아름다웠던 것은 콜과 소피의 놀이동산 데이트. 그만큼 순수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라 붐’ 속 마튜(알렉산드르 스털링)가 빅(소피 마르소)에게 리차드 샌더슨의 ‘리얼리티’가 흐르는 헤드폰을 씌워 주던 장면이 겹쳐 보일 정도였다.
별다른 의미 없이 허공을 떠다니던 것 자체로 좋았던 이야기는 별안간 땅에 발을 붙인다. 콜은 제임스와의 교감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놓치고 살았던 ‘진짜’를 갈구하기 시작한다. 콜은 몇 푼의 돈을 쥐기 위해 남의 집을 빼앗고 ‘한탕’을 노리던 과거를 청산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전자음으로 만들어지는 일렉트로닉 뮤직을 ‘오가닉’으로 해석하기 위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일상의 소리들을 녹음해 ‘진짜’를 만들겠다 선언한다. 그러나 콜과 제임스가 말하는 ‘진짜’가 ‘정신 차림’이나 ‘철듦’과 그리 다른 것 같지는 않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신선한 문제의식은 없었다.
영상미를 논하고자 한다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화제작사 워킹 타이틀과 칸 국제광고제 수상자 출신 맥스 조셉 감독의 협업은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PCP에 취한 콜의 세상은 영화 ‘트레인 스포팅’속 렌턴(유안 맥그리거)의 환각상태 만큼이나 감각적으로 표현됐다. ‘트레인 스포팅’에서 땅 끝까지 가라앉을 것만 같던 렌턴의 얼굴 위로 루 리드의 ‘퍼펙트 데이’가 흐르며 극도의 ‘침잠’이 표현됐다면, ‘위아 유어 프렌즈’에서는 총천연색으로 흔들리는 사람들의 미소에 폐포까지 흔드는 EDM의 묵직한 비트가 덧입혀지며 지독한 ‘상승’이 영상으로 구현됐다.
2000년대 중후반 슬림한 몸매와 ‘바지핏’으로 남성들의 인기까지 한 몸에 받았던 잭 에프런의 소년미는 갑자기 자란 다부진 근육에도 감춰지지 않았다. 2013년 전세계를 전율케 했던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며 얼굴을 알린 배우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의 치명적 아름다움도 보는 즐거움을 한층 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EDM의 거성을 자처하는 박명수가 홍보를 맡아 화제가 됐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위아 유어 프렌즈’, ‘인스타감성’과 ‘진짜’ 찾기
입력 2015-11-1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