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정해진 주민등록번호는 바꿀 수 없도록 한 현행 주민등록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놓고 공개변론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에게 개인별로 고유한 등록번호를 부여하여야 한다’라고 정한 주민등록법 제7조 제3·4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했다.
청구인 강모씨 등은 인터넷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알고 지방자치단체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자체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각하됐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이마저 기각됐고,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 측은 “주민등록번호는 다른 정보에 접근하는 연결자 역할까지 하는 ‘만능열쇠’이므로 개인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변경해도 혼란이 발생하지 않는데 국가가 행정편의를 위해 국민 기본권 침해를 방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의번호를 대신 발급할 시 국가가 더 많은 정보를 관리하게 되는 ‘빅브라더’ 문제를 재판부가 지적하자 “유출되더라도 영역별 번호 관리 등의 방법으로 주민등록번호 유출 때보다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답변했다.
행정자치부 측은 “청구인이 주민등록제도 자체가 아닌 ‘번호 변경 불허’를 위헌이라 주장하므로 해당 조항은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며 “재판전제성이 없으므로 청구를 각하해 달라”고 주장했다. 또 헌법 위반은 아니지만 변경제도 설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면서 “이미 정부 입법으로 엄격한 절차에 따라 변경을 허용하는 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안은 변경 허용 조건의 표현상 문제, 그 입증 책임의 문제의 문제가 있어 한계가 있다”라며 변경이 가능하고 무작위 번호로 구성되는 번호의 사용을 제안했다.
행자부 측 참고인인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대체 수단이 없고, 변경 허용 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을 폈다. 헌법재판소는 추후 기일을 정해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주민번호는… “유출 시 바꿀 수 있어야” vs “평생 바꾸면 안돼”
입력 2015-11-12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