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인들, "사전검열 논란 외국인 관장에 반대" 집단 성명

입력 2015-11-12 17:21
미술인들이 새 국립현대미술관장 후보 중 1명인 바르토메우 마리(49) 전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이하 MACBA) 관장에 대해 ‘검열 전력’을 들어 강하게 우려를 표명했다.

미술인 400여명은 12일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에 즈음한 미술인 성명’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냈다. 관장 선임을 두고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이 대규모로 집단 목소리를 내기는 처음이다.

성명은 마리 후보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도된 것에 대해 “예술의 자율성을 확고히 지켜야할 미술관장직에 왜 하필 검열 논란의 와중에 있는 인물을 선임하려 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밝혔다. 이어 “문화예술계에서는 다이빙 벨 상영으로 인한 부산영화제 예산지원 삭감, 연극계 사전 검열, 광주비엔날레 홍성담 그림 철거 등 크고 작은 자기검열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며 “마리씨의 선임(가능성) 역시 같은 선상에서 결정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권력을 내면화하여 알아서 기는 행태가 일상의 문화 속으로 깊이 파고든다면 현대미술의 비판적 상상력은 시도조차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리 전 관장은 재직 당시 ‘짐승과 주권’전을 행사 직전에 취소한 바 있다. 스페인 군주제를 풍자하는 ‘정복하기 위한 발가벗음’이라는 작품이 문제된 때문으로 알려졌다. 사건 여파로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2명이 해고되기도 했다.

이에따라 성명은 마리 전 관장에게 공식적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정부에는 관장 선임과 관련한 공청회의 즉각적인 개최와 공공미술관의 실질적인 독립성 전면 확대를 요구했다. 성명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작가상 지난해 수상자인 노순택, 영화감독이자 설치미술가인 박찬경, 사진작가 박진영 등 중량급 있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1년여 째 장기 공석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외국인에게도 개방한 2차 공모를 통해 현재 한국인 2명과 함께 외국인인 마리 전 관장 등 3인으로 압축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