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2일은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날. 이날 전국 63만 여명의 수험생들은 초긴장 시험을 치른다. 그러나 이들은 4∼5번의 영역별 시험시간 마지막에 OMR카드 이외에 쫓기듯 또 한번의 답지를 만드는 작업이 불가피하다. 가채점을 위해 수험표 뒤에 자신이 쓴 답을 그대로 옮기는 일이다. 이는 시험지를 모두 회수해 가기 때문에 생긴 수능시험장 모습이다.
수십 년 째 반복되고 있는 이런 모습을 이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험이 끝나면 수험생들이 그대로 자신이 푼 시험지를 갖고 가게 하자는 것이다.
수능시험지는 모두 감독교사들을 통해 회수돼 각 고사장에 1년씩 보관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요청으로 각 시·도 교육청은 시험이 치러진 고사장에 보관하고 폐기토록 해 왔다.
하지만 시험지를 보관하는 이유가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그저 수십 년 간 관행으로 반복돼 왔다. ‘부정행위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역시 근거가 없는 얘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11일 시험지 회수 이유를 묻자 “사후 민원 발생시 당사자의 시험지를 확인해 억울함을 덜게 하기 위해 회수해 가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교육평가원측은 “홀·짝수 유형을 잘못 기재한 학생이 민원을 제기할 경우 시험지를 증빙자료로 확인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후에 시험지와 대조하며 점수를 수정해준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점수를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시험 점수는 오직 답지를 통해서만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지를 회수해 가는 바람에 수험생들은 어쩔 수 없이 수험표 뒤에 답을 옮겨 적느라 막판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왔다. 전북 J여고 3학년 장모양은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답을 옮겨 적어야 하는 2∼3분은 천금같은 시간이다”며 “긴장해서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감독교사와 고사장 측도 괜한 부담을 지고 있다. S고 진학담당 교사는 “시험이 끝날 때마다 감독교사들이 일일이 시험지 숫자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크고, 이를 1년째 보관해야 하는 학교 측도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험지를 학생이 가져가면 가채점을 빨리 해보고, 향후 대입 지원 대책을 짜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고교입학 시험과 비교가 되고 있다.
고입선발고사를 실시하는 전국 5개 지역 가운데 전북과 제주, 울산 등 3곳은 시험지를 그대로 수험생이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해마다 포털사이트엔 “왜 시험지를 걷어가나요?”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왜 매년 수능시험지를 회수해갈까…“수험생에게 돌려주자” 목소리 확산
입력 2015-11-11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