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의미심장한 보고를 발표했다. 전세계 어린이 5명 중 1명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면역체계가 잡혀있지 않고, 심지어 백신에 의해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가 매년 150만 명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특히 폐렴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이자, 백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망 위험성이 높은 대표적 질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5세 미만 영유아 중 약 100만 명 가량이 매년 폐렴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에 아동폐렴글로벌연합(The Global Coalition against Child Pneumonia)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11월 12일을 ‘세계 폐렴의 날’로 지정해 폐렴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흔히 폐렴은 영양이나 위생상태가 불량한 경우 빈발하는 구시대 혹은 후진국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 중 0~9세의 영유아 폐렴의 진료비 총액이 10년 새 약 2배 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질병부담이 얼마나 높은지를 반증하고 있다.
영유아 폐렴의 초기 증상은 발열과 기침 등 감기와 매우 유사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영유아의 경우 부모가 빨리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계속해서 열이 나고 힘없이 쳐져 있다면 지체 없이 병의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 이르기 전에 예방접종을 빠짐없이 받는 것이 최선이다.
폐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폐렴구균으로 인한 폐렴은 감염 시 사망률이 5~7%에 달한다. 특히 영유아가 폐렴구균성 폐렴에 걸릴 경우, 합병증으로 청력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중이염을 비롯해, 패혈증, 뇌수막염 등 치명적인 침습성 질환까지 걸릴 위험도 있다. 더욱이 폐렴구균은 호흡기 분비물을 통한 전파가 가능해, 영유아가 면역력이 약한 조부모에게 전염시키는 경우도 빈발하기 때문에 함께 지내는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생후 6주부터 59개월 이하 영아 및 어린이는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또한 만성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저하 상태에 있는 어린이 역시 고위험군으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이러한 59개월 이하 어린이 및 고위험군 어린이들은 인플루엔자에 걸릴 위험도 높아 환절기를 대비해 미리 독감백신을 같이 접종해주는 것도 권장된다.
‘세계 폐렴의 날’을 맞아 자녀의 예방접종 수첩을 확인해 보고 폐렴구균 백신에 대해 4회 완전접종을 마치지 못한 경우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지연접종을 받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는 폐렴구균 백신은 생후 2개월부터 만 5세 미만(59개월 이하)까지의 영유아와 만성질환 및 면역저하 상태의 고위험군 어린이라면 전국 7000여 개의 지정 의료기관에서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접종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환종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11월 12일은 세계 폐렴의 날… 안심할 수 없는 폐렴, 예방접종이 최선
입력 2015-11-11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