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수도권의 한 대학교 체육학부 소속 선배들이 같은 과 후배들에게 명령조로 지시사항을 전달한 대화 내용을 공개해 빠르게 확산됐다.
공개된 내용에는 기본적인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설명한다는 말로 시작해 선배들에게 ‘다’나 ‘까’로 끝내라는 지시와 ▲읽씹(답장 없이 읽기만 하고 끝나는) 금지 ▲전화 먼저 끊지 않기 ▲여학생들 화장 금지 ▲이름표 차고 다니기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니지 않기, 엘리베이터 사용금지 ▲선배들과 밥 먹을 때 먼저 수저 들지 않기 ▲페이스북 조심하기 등의 황당한 내용이 담겨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튿날 학교 관계자는 온라인에 유포된 게시 글이 익명이어서 진상을 파악하기 어렵고 현재 학과 내에 이런 관행은 거의 사라졌다고 해명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 내 커뮤니티인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에도 전남대 음악학과에서 신입생들에게 단체 얼차려를 시키는 등 군대식 군기잡기 문화가 자행되고 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오케스트라 연습 중 4학년 학생과 오케스트라 단무장이 연주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후배들에게 단체기합을 줬다. 1학년부터 3학년의 80여명의 학생은 5분 동안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집단 얼차려를 받았다.
앞서 2월 초 OT 때는 화장실에서 처음 보는 선배한테 인사를 안했다며 억압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날 동아리 금지, 아르바이트 금지 등 말도 안 되는 규칙들을 나열했다.
26일과 27일 MT때는 전통이라며 신입생 1명 당 5개 이상의 장기자랑을 준비하라고 요구하며 남자는 무조건 여장을 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또 입학신고식 문구를 외우지 못하거나 소리를 적게 내면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부었다. 남학생들에게 기합을 주기도 했다.(페북 일부 발췌) 페이스북에는 이에 대한 증거로 3장의 사진이 함께 게시됐다.
사건이 불거지자 전남대학교 학생처는 관련 전공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결과 피해사례가 확인 될 경우 학칙과 규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는 입장을 해당 페이스북에 올렸다.
또 피해 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내용의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면서 사실관계 확인 할 수 없는 게시글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이유로 추가 제보는 이메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고, 이후에도 비슷한 내용의 폭로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