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대학원생이 자신을 성추행했던 동성 선배가 연구실에 복귀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살을 기도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서를 남겼고, 이를 본 지인들의 신고로 목숨을 건졌다.
A씨(23)는 10일 오후 3시쯤 페이스북에 ‘유서’라는 제목의 긴 글을 올렸다. 그는 “내 체중과 약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나는 지금쯤 누워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1년 넘게 연구실 선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해 그 사실을 교수에게 말했고 학교와 경찰을 거쳐 검찰까지 사건이 진행됐다. 우리나라가 성범죄에 관대한 것은 알고 있어 처벌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선배 B씨(30)가 연구실 뿐만 아니라 지방·해외출장에서 같은 숙소를 쓰는 동안 상습적으로 자신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글에는 성추행 내용을 자세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준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B씨는 지난 9월 30일 ‘보호관찰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을 맡았던 서부지검은 “혐의는 인정됐으나 가해자가 초범이고 대학원생인 점, 연구원직에서 사임한 점, 지도교수가 선처를 요청한 점 등을 고려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실을 떠났던 B씨는 지난 9일 연구실에 다시 나타나 “억울하다. 다시 연구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소식을 듣고 SNS에 유서와 함께 기소유예 처분결과 통지서, 약 사진을 올렸다.
이날 오후 3시54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대문소방서 구급대원들은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는 오후 8시쯤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A씨의 지인은 “어제 저녁에도 술을 마시며 죽고 싶다고 말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동성 선배가 1년간 성추행” 대학원생 자살기도
입력 2015-11-10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