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컨슈머리포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 상품들의 제품력이 정말 뛰어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장품은 세계적인 유명 제품보다 훨씬 높은 점수로 최고의 평가를 받곤 합니다. 이번 영양크림 평가에서도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요즘 ‘패션 피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패션 하우스’ 화장품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깊은 디올. 디올 프레스티지는 그 중에서도 고가 라인입니다. 지난 3일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들른 디올 매장에서 직원은 디올 ‘프레스티지 라 크렘므’(50㎖·44만원)보다 비싼 제품은 한 가지밖에 없는데 그 제품은 진열해놓고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디올 매장에서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영양크림 중에는 이 제품이 최고가인셈이죠. 물론 이번 평가 대상 영양크림 중에서도 단연 최고가였습니다. 1㎖에 8800원이나 하는 이 제품은 이번 평가 대상 중 최저가 제품보다 무려 40배 이상 비쌌습니다.
그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드러나는 디올의 영양 크림은 최종평가에서 5점 만점(이하 동일)에 1.6점에 그쳤습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낙제점인 32점으로 꼴찌를 했습니다. 흡수력(1.8점), 영양·보습력(2.0점), 지속력(2.0점)에서 최저점을 받았습니다. 발림성(2.2점)에선 4위로 최저점을 간신히 면했습니다. 그 결과 1차 총평가(1.8점)에서 최하위였습니다. 평가자들은 발림성, 흡수성, 보습력, 지속력 전 항목에서 가장 떨어지는 제품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성분평가 결과도 좋지 못했습니다. 2.6점으로 4위였습니다. 피현정 브레인파이 대표는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 인공 향료와 색소 성분이 있으며, 페녹시에탄올의 함유량이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패션 에디터 최윤정씨는 “피부에 막을 씌워주는 느낌이 있다”면서 “모공을 막아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어 피부에 트러블이 있거나 젊은 사람들에겐 특히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수입제품 중 최저가였던 눅스 ‘니르바네스크 페이스 앤 넥 크림’(50㎖·4만3000원)이 외려 평가결과가 좋았습니다. 1㎖에 860원이니 디올 영양크림의 10분의 1 가격이지요. 눅스 영양크림은 가장 중요한 항목인 영양·흡수력 항목에서 최고점(4.2점)을 받았습니다. 발림성(2.2점)에선 최하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속력(3.0점)과 성분평가(3.2점)에서 중간 순위를 유지하면서 1차 총평가(3.4점)와 최종평가(3.0점)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디올의 영양크림보다 거의 배에 가까운 평점을 받았습니다. 피 대표는 “처음 바르자마자 쫀쫀하게 발라지고 영양감이 풍부한 느낌이라 가장 만족스러웠으나 향료가 많이 들어간 점이 조금 아쉽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평가에서 최저가 제품이었던 퓨플 ‘엘라스틱 하이드로 토탈 크림’(100㎖·2만1900원)은 흡수력 항목에서 최고점(4.4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영양·보습력(2.0점)과 성분평가(1.2점)에서 최저점을 받으면서 4위에 머물렀습니다. 최종평점은 2.2점. 애브뉴준오 고진영 원장은 “수분감 위주의 젤 제형으로 크림이라기보다는 농축된 모이스춰라이징 로션 같은 느낌”이라면서 “잘 펴 발라지고 흡수도 잘되나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성피부가 바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메칠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에칠파라벤 등 다양한 파라벤 성분이 많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습니다.
중간 가격대인 수입제품 유세린 ‘하이알루론 나이트크림’(50㎖·7만원)은 지속력(4.0점)에서 최고점을 받으면서 1차 총평가(3.6점)에서 동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1㎖에 1400원이니 아주 저렴한 제품은 아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도 아니지요. 성분평가에서 2위로 내려앉으면서 최종평가에서도 4.0점으로 2위에 머물렀습니다. 안 원장은 “바르고 난 뒤 물광 주사를 맞은 듯 반짝반짝 윤이 나고 세안 후에도 촉촉함이 남아 있을 만큼 지속력도 좋았다”면서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매우 만족스런 제품”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제품 중 최고가였던 설화수 제품은 발림성(4.2점)과 성분평가(4.6점)에서 각각 최고점을 받으면서 최종평점 4.2점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영양크림에서 가장 중요한 영양·보습력에서 4분의 1 가격인 눅스 영양크림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낮밤 공용제품이지만 낮에 바를 때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최씨는 “주름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레티놀 성분이 들어 있어 좋긴 하지만 레티놀은 자외선과 만나면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저녁시간대에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향이 너무 강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진한 한방향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상품을 고를 때 브랜드보다는 제품력을 볼 것입니다. 특히 화장품을 선택할 때는 브랜드보다는 품질을 살펴보고 자신의 피부에 맞는지 꼼꼼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44만원짜리 디올 ‘프레스티지 라 크렘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꼴찌 수모
입력 2015-11-10 16:28 수정 2015-11-10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