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29·넥센) 영입전의 공식 승자가 된 미네소타 트윈스를 언급할 때 조 마우어(32)를 빼놓을 수는 없다. 본명이 조셉 패트릭 마우어 (Joseph Patirck Mauer)인 조 마우어는 미네소타의 주전 1루수다.
조 마우어는 미네소타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1년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미네소타 트윈스에 지명됐고 착실한 과정을 거쳐 2004년 개막부터 1군에서 뛰었다. 그의 원 포지션은 포수. 많은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그가 최고의 포수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칼 립켄 주니어는 조 마우어가 최고의 스윙을 갖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조 마우어는 메이저리그 3년차인 2006년 시즌부터 기량이 만개했다. 0.347의 타율로 아메리칸 리그 타격왕에 오른 것. 2008년에도 타격왕을 거머쥔 그는 골든 글러브상까지 수상하며 자타 공인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포수로 인정받았다.
그의 상승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9년에는 포수임에도 리그 최고 타율, 출루율, 장타율을 달성했다. 3번이나 타격왕에 오른 첫 포수가 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조 마우어는 그해 아메리칸 리그 MVP로 선정됐다.
2010년 3월 조 마우어는 미네소타 트윈스와 1억 8400만 달러에 이르는 8년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는 2018년 시즌까지 트윈스에서 뛰게 된다. 하지만 이후 그의 눈부신 타격 성적은 하락세를 보였고 2014년부터는 타격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포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이런 프랜차이즈 스타가 박병호의 주 포지션인 1루에 버티고 있는 만큼 박병호의 치열한 주전 경쟁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박병호를 라인업에 넣었다 뺐다 하려고 미네소타가 포스팅에서 비교적 거액인 1285만 달러를 써낸 건 아니라고 관측하고 있다. 마우어와 박병호를 번갈아가며 1루수와 지명타자로 쓰겠다는 복안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네소타 지명타자로는 올 시즌 18개의 홈런을 때리며 차세대 스타로 각광받았던 미겔 사노가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구도만 놓고 보면 박병호는 사노와 만만치 않은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고액 연봉자인 조 마우어를 라인업에서 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미네소타의 차세대 스타 사노는 당초 유격수로 입단했으나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올 시즌 주로 지명타자로 뛰었다. 하지만 젊은 내야수 출신인 만큼 3루수나 외야수로 포지션 변경이 용이하다. 실제 사노는 최근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외야수 훈련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노가 3루수나 외야수로 뛸 수 있다면 미네소타의 포지션 변경은 어렵지 않다. 올 시즌 주전 3루수로 뛰었던 트레버 플루프를 트레이드 카드로 쓰고 사노를 3루수로 배치할 수 있다. 트레이드 카드가 용이하지 않다면 사노를 외야수로 기용할 수도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토리 헌터의 자리가 비어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 지역 언론인 ‘미네소타 피오니어 프레스’는 포지션 교통정리와 관련, “만약 협상이 타결된다면 박병호는 팀의 주전 지명타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미네소타는 3루수 트레버 플루프를 트레이드해 미래의 슬러거인 미겔 사노에게 자리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올 시즌 주전 3루수로 뛰었던 플루프는 22개의 홈런과 86타점을 올리며 장타력을 과시했으나 타율이 0.244까지 떨어지며 정확성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데다 연봉조정으로 내년 연봉이 8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구단으로선 부담이다.
미네소타가 1285만 달러라는 거금을 써낸 것은 어떻게든 박병호의 능력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장타력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미네소타로선 표면적으로는 올 시즌 22개의 홈런을 쳐냈던 토리 헌터의 공백을 보강할 카드로 박병호를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최소 20개 이상 25개 내외의 홈런을 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박병호를 영입했다는 얘기다.
또 하나 미네소타의 더 큰 그림은 조 마우어의 부활이다. 박병호를 1루수로 활용함으로써 조 마우어에게 수비 부담을 더 줄여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부분이다. 박병호와 조 마우어를 번갈아 1루수와 지명타자로 기용하면서 이들의 동반 상승세를 노리는 것이다.
미네소타로선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선 마우어 등 타선의 분발이 절실하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2위였지만 팀 타율은 0.247로 리그 꼴찌였다. 같은 지구에 월드시리즈 우승팀 캔자스시티가 있어 부담스럽지만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라도 노리기 위해선 타선의 무게감이 필수적이다. 타선이 살아나려면 조 마우어의 부활이 절대적이고, 박병호는 조 마우어의 부활을 위해 미네소타가 점찍은 히든카드인 셈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미네소타가 박병호 찍은 이유…조 마우어 부활위한 히든카드
입력 2015-11-10 10:16 수정 2015-11-10 13:23